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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종이팩 개선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에요

2024.09.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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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대째 현미유를 생산하고 있는 세림현미 고태경 생산자
식용유도 골라 쓰는 시대가 됐다. 대두유, 카놀라유, 올리브유,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용도 따라, 취향 따라 식용유를 선택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산 원료로 만든 식용유를 고르자면 선택지가 없다.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식용유 대부분은 수입 원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참기름과 들기름 일부를 제외하고 국내산 원료로 만든 식용유는 현미유뿐이다. 그마저도 국내에 현미유를 생산하는 곳은 단 한 곳. 바로 한살림 생산지인 세림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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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림현미 공장 전경
국내 유일 현미유 생산업체, 세림현미
세림현미는 1996년부터 현미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엔 현미유를 만드는 업체가 11여 곳 있었는데, 하나 둘 문을 닫거나 수입산 식용유를 만드는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값싼 수입 원료로 만든 식용유에 가격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세림현미는 어려운 시장에 스스로 뛰어든 셈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15년 간 적자를 보면서, 다른 사업에서 번 수익을 현미유에 투자했다. ‘국내산 식용유가 다 사라졌는데, 누군가는 남아서 현미유를 생산해야 한다’는 선대 회장 고종환 생산자의 먹거리 철학 때문이었다. 고종환 생산자는 우리 땅에서 난 재료로 만든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삶에서 체득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혹독하게 빼앗긴 탓이다. 특히 쌀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곡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손해를 보더라도 현미유 생산은 꼭 해야만 하는 사업이었다.
세림현미 고태경 생산자는 고종환 생산자에 이어 2대째 현미유를 생산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현미유를 생산해 왔지만, 최근에서야 아버지의 먹거리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코로나와 러시아 전쟁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과 물가가 치솟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식량 자급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 후 현미유를 살리는 일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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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국내산 미강으로 생산하는 현미유
알면 알수록 고급스러운 현미유
현미유는 불포화지방이 많고 포화지방은 적어 건강한 식용유로 알려져 있다. 발연점이 높아 튀김 같은 고온 요리에도 타지 않고 해로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식용유 특유의 느끼함이 적고 뒷맛이 깔끔해 해외에서는 고급 식용유로 인식되고 있다. 고태경 생산자는 현미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산패가 느린 점을 꼽았다. “오래 두어도 쉽게 변하지 않고 고온에서 요리해도 잘 타지 않으니까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죠. 현미유로 튀김 요리를 해보세요. 바삭함이 다른 기름과 차원이 달라요.”
현미유는 쌀농사 부산물인 미강을 활용해 쌀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또 미강에서 기름을 짜고 남는 탈지강은 축산농가 사료로 활용한다. 허투루 버려지는 것 없이 아주 살뜰하게 자원을 활용한 물품이다. 더불어 GMO 우려가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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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짜기위해 미강을 필렛 형태로 가공한 모습
변화의 시작, 현미유 종이 팩
세림현미는 작년, 현미유 포장재를 페트병 용기에서 종이 팩으로 바꾸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자원순환이 가능한 용기로 전환하자는 조합원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조합원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시작한 건 더 오래되었지만, 이제서야 바꾼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유리병을 고민했어요. 재사용을 생각해서도 가장 좋은 선택이니까요. 문제는 비용이었죠. 현미유는 참기름, 들기름과 달리 자주 쓰는 식용유니까 너무 비싸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찾은 게 종이 팩 이에요.”
변형이 적은 유리병이나 플라스틱과 달리 종이 팩은 온도나 습도, 외부 충격에 약하다. 안정적으로 현미유를 공급하기 위해선 종이 팩을 텍스트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수였다. “이용하는 조합원마다 환경이 다르잖아요, 온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졌을 때, 종이 팩이 부풀거나 줄어드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종이 두께를 바꾸고 접착강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했죠.” 또 포장을 위한 설비까지 모두 교체해야 했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현미유 종이 팩도 다른 종이 팩과 마찬가지로 한살림 매장에 반납할 수 있다. 모은 팩은 모두 휴지와 주방휴지 등으로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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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포장재를 플라스틱 용기에서 종이 팩으로 바꾼 현미유
이제 시작일 뿐,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세림현미
세림현미는 현미유 포장재 변경과 더불어 ESG 경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벙커C유(중유의 한 종류)를 사용하던 보일러 4대 모두,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했고 빗물 재사용설비를 준비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ESG 경영 컨설팅에 참여해 시설뿐 아니라 경영방식의 변화까지 고민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거기에 맞게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미유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맞게 바뀌어야 더 멀리 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림현미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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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NG 친환경 보일러를 점검하는 모습
한살림 조합원에게 늘 미안한 마음
전국에 현미유를 생산하는 곳이 세림현미 한 곳뿐이다보니, 늘 수량이 부족하다. 한살림 조합원도 제한된 수량만을 이용하고 있다. 고태경 생산자는 당장 현미유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미안함이 늘 크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현미유는 다른 원재료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기름양이 적어요. 그러니 기름을 짜고 난 탈지강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죠.”
남은 탈지강은 대부분 일반 축산농가 사료로 쓰인다. 국내산 탈지강을 사료로 쓰는 농가가 많지 않고, 수입 사료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탈지강 소비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현미유 생산량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료 외에 탈지강 활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에요. 그래야 현미유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으니까요. 저희도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꼭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종이 팩 뚜껑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입구가 커서 현미유가 왈칵 쏟아지니, 개선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요. 이 부분도 개선하려고 테스트하고 있어요. 포장기기 특성상 뚜껑의 방향을 지정해서 붙일 수 없어요. 그래서 특정 모양의 흘림 방지 캡을 넣기가 어렵더라고요. 방향과 무관하게 그리고 누구나 개봉할 수 있는 강도로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꼭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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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포장기를 거쳐 완성된 현미유
고태경 생산자는 한살림을 ‘1번’이라고 말한다. 세림현미의 먹거리 철학에 동의해 주고 어려운 시기에 세림현미를 돕고 지지해 준 게 한살림 조합원이었다고. 그래서 항상 조합원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림현미가 이윤만 추구하는 회사는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조금 느리고 실수가 있더라도 애정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의견 내주시면 꼭 귀담아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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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경 생산자와 정읍 공장에서 근무하는 세림현미 직원들
*사용한 현미유 종이 팩을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매장 또는 주문공급 시(*강원영동, 광주 제외) 반납해 주세요. 반납 시 살림충전금 또는 숲살림기금 적립, 탄소중립포인트 적립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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