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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전통이란 단어에 머물지 않고, 다음세대까지 이어가고 싶어요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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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주명가 강형국 생산자
성서에는 세상 모든 것을 잠기게 했던 대홍수와 방주 이야기가 나온다. 방주는 모든 생명이 물에 잠길 위기 속에 생명을 살려내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한살림에 전통장을 공급하는 방주명가는 성서 속 방주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지었다. 방주명가를 시작한 강문필, 최정화 생산자는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 방주를 짓던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효율적이고 손쉬운 방식 대신, 자연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긴 시간 발효한 장을 만드는 일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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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방식 그대로, 항아리에 메주와 소금물을 담아 발효하는 방주명가 전통 장
긴 시간이 만드는 깊고 풍부한 맛의 전통 장
방주명가는 1986년, 한살림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유기농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물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애써왔다. 전통 방식의 한식 간장은 효모를 넣어 발효하거나 산분해를 통해 빠르게 만드는 공장식 간장과 달리,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숙성한 뒤 소금물과 함께 장독에 넣고 숙성해야 한다. 긴 시간을 들여 숙성한 간장은 공장에서 빠르게 만든 간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풍부한 맛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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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노력을 더해 품질을 높인 메주
전통 장, 다음 세대까지 맛보려면
강형국 생산자는 강문필 최정화 생산자의 대를 이어 방주명가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 장은 사람의 손과 시간에 기대어 생산해 왔다. 전통 장이 지속가능하려면 방식은 유지하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메주 품질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품질분석을 하고 가장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를 찾았다. 수분과 산도, 효소를 수치화해. 좋은 메주의 기준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스템화 하기까지 꼬박 5년을 투자했다. 또한 강형국 생산자는 전통 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물품, 요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물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 세대도 전통 장을 맛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개발하게 된 게 바로 ‘꼬마와땅 순한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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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맛은 줄이고 감칠맛은 더한 순한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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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에 들어가는 친환경 원료
쉬운 방식 보단, 좋은 방법을 찾아 만든 ‘순한간장’
평소 자녀들에게 염도가 낮은 간장을 주고 싶어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영유아를 위한 저염 간장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단순히 물을 넣어 염도를 낮추면 감칠맛이 부족해져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친환경 채소와 멸치, 다시마 등을 끓여 채수를 만들고 한식 간장을 더했다. 염도는 낮아졌고 감칠맛은 살아났다. 이유식을 만들 때, 다른 재료 없이 순한간장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게 한 거다. 이 레시피를 만드는 데만 꼬박 3년을 연구했다. 시중 저염 간장은 대부분 보존제를 쓴다. 유통과 보관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순한간장은 첨가물이나 보존제를 넣지 않아 유통과정이나 보관도 꼭 냉장 보관해야 한다.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효율적이고 손쉬운 방식보다 좋은 음식이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깊은 마음을 ‘순한간장’에 고스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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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한간장 베이스인 채수를 만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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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 잘 숙성되고 있는지 살피는 강형국 생산자
전통 장 속에 담긴 가치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길
쉽게, 빠르게, 싸게 만드는 장이 표준이 되어버린 시대이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장이 담아낼 수 있는 깊은 맛과 영양, 문화적 가치는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강형국 대표는 전통이라는 말이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가치를 담은 새로운 형태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한살림 조합원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이용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이 함께한다면 어렵고 힘든 길이어도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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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주명가에서 생산하는 물품, 꼬마와땅 순한간장과 산골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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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여있는 방주명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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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주명가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
<사진> 목도사진관 이영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