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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기다리면, 어쨌든 포도는 익어요

2023.08.01 (화)

조회수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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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산하늘공동체 정규송 생산자

어릴 때부터 준비된 찐 친환경 생산자
제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한살림 생산자셨어요. 덕분에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사람과 땅을 이롭게 하는 농사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부모님의 삶과 농사를 대하는 마음이 제겐 스승이나 다름없어요.
‘언젠간 나도 농부가 되겠지?’하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그래서 농업 대학에 갔고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지도사 일을 하며 지역농업 현장 경험을 쌓았죠. 어릴 때부터 농사를 했지만, 막상 제 농사를 시작하려니, 마음가짐이 좀 달랐달까요. 그래서 제대로 준비해 시작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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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산하늘공동체 정규송 생산자
캠벨 품종과 MBA 품종(머루포도), 알렉산드리아 품종(청포도) 이렇게 세 가지 포도를 키우고 있어요. 전부 유기재배를 하고 있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포도밭은 전부 유기 인증으로 출하하고 있고요. 제가 새로 시작한 포도밭은 현재 전환 기간이라서 무농약 인증으로 출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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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한 가운데를 지나며 맛있게 영글어가는 캠벨포도
어쨌든, 포도는 익는다
올해는 유독 날씨가 뒤죽박죽이네요. 초봄이 따뜻해서 꽃이 빨리 피었는데, 4월 말엔 또 냉해가 와서 일부 나무가 얼어버렸어요. 게다가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습도가 높아서 일부 청포도에 흰가루병이 좀 퍼졌어요. 날씨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너무 걱정말고 기다려, 어쨌든 포도는 익으니까”라고요. 비가 오고 구름이 껴도 포도는 일한다고요. 그래서 유기 제재인 석회보르도액을 쳐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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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가 높아 흰가루병에 걸린 포도송이
많이 파는 욕심 말고, 더 잘 짓자는 욕심
우리나라가 포도 농사짓기에 아주 좋은 기후는 아니에요. 포도가 한창 익어갈 7~8월이 장마기간이잖아요. 그래서 포도 맛을 높이기 위해 다른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해요.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생산량 조절이에요. 한 나무가 땅으로부터 얻는 영양분은 한정되어 있는데 포도송이가 많이 달려있다면, 영양분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꽃이 피고 열매를 솎을 때, 포도 양을 많이 줄여요. 일반 농가에 비해 수확량이 2/3, 혹은 절반 정도될 거예요. 그러면 남은 포도송이가 튼실하게 자라고 맛과 향이 더 풍부해져요. 또 포도나무 아래 자라는 풀을 베지 않고 그냥 둬요. 잡초는 뿌리가 얕아서 포도 생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거든요. 잡초 덕에 토양이 수분을 머금어 도움이 돼요. 많이 자랐을 때 한 번씩 베어 그 자리에 두면 거름이 되기도 하고요.
저는 포도 농부기도 하지만, 한 아이의 아빠기도 해요. 아이를 키워보니 맛있고 좋은 과일에 대한 생각이 더 선명해졌어요. 많이 파는 욕심말고 더 맛있고 좋은 포도를 욕심내자고 다짐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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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무성한 정규송 생산자의 포도 밭
기후위기가 더욱 피부로 와닿는 요즘이에요. 조합원과 생산자가 같이 고민하고 힘을 합쳐 이 위기를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위기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키웠고 마음을 다해 키운 포도입니다. 그런 마음이 여러분에게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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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조합원을 찾아갈 싱그러운 청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