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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우리밀을 지켜가겠다는 약속

2023.06.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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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 천지공동체 채상희 생산자의 우리밀 농사 이야기 -

온 세상이 푸르른 6월 초, 수확을 앞둔 밀밭만이 누런 땅색을 띄고 있다. 한살림 우리밀의 75%가량을 생산하는 전남 함평의 천지공동체, 그 안에서 부인 태월순 생산자와 함께 7년째 우리밀 농사를 짓고 있는 채상희 생산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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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앞둔 밀밭 속의 채상희 생산자
가을에 시작해 초여름에 끝나는 밀 농사
겨울이 따뜻한 경남과 전남 일부 지역은 쌀과 밀의 이모작이 가능하다. 천지공동체 생산자들도 이모작으로 밀을 짓는다. 쌀 수확이 끝난 11월 중순 파종을 하고 2월에는 유기자재로 고시된 유기질 비료를 뿌려 땅심을 키운다. 4월 중순이 되면 하얀 밀꽃이 핀다. 꽃대 끝에 이삭이 열릴 즈음 웃거름을 준다. 이삭이 잘 자라도록 주는 것이라 ‘이삭거름’이라 한다. 따뜻한 봄볕과 땅의 기운을 충분히 받아 밀알이 굵어지면 6월 중순 수확한다. 빈 땅에 다시 모를 심는다. 농부도 땅도 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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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천지공동체는 밀알이 굵고 면적대비 수확량이 많은 백강밀을 짓는다. 무엇보다 제분율이 높아 밀을 가져가는 가공업체 ㈜ 우리밀에서 선호하는 품종이다. 한편, 공동체의 두 농가는 황금알밀을 시험 재배 중이다. 제분율이 더 높고 빵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이라 한다. 결과가 좋으면 공동체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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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밀알을 살펴보는 채상희 생산자
수확을 앞둔 밀밭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금 한창 밀 수확 기간이다. 6월 20일 전까지 수확을 마쳐야 늦지 않게 모를 심을 수 있다. 그가 경작하는 땅은 약 1만 8천 평이다. 밀은 습기에 약한데 올해는 비가 많지 않아 작황이 좋다. 20톤 정도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밀알이 꽉 찬 밀밭을 보는 그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채상희, 태월순 부부 생산자는 밀과 쌀 외에도 시금치, 냉이 등 잎채소 작물도 짓는다. 둘은 공동체 안에서도 부지런하기도 정평이 나 있다. 농사지어서 네 아이들 교육시키고 부족함 없이 키워냈다. 그들이 우리밀을 지을 수 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기계화로 비교적 농사짓기가 쉽기 때문이다. 둘째로 한살림 약정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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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월순(좌), 채상희(우) 생산자 부부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밀 농가는 늘어날 것
2022년 산 밀을 기준으로 수입밀은 40kg 한 가마니당 2만원이고 우리밀은 3만 8천 원이다. 친환경 우리밀은 4만 3천 원이다. 수입밀에 비해 가격이 높은 우리밀은 수요가 적다. 그렇지만 생산 비용이 있기 때문에 마냥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 친환경으로 지었어도 수요가 없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 가격인 3만8천원에 팔기도 한다. 이렇듯 값싼 수입밀에 밀려 우리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우리밀 가격과 수매량을 정한다. 올해 한살림 우리밀은 한 가마니당 5만 5천 원으로 수매 가격을 정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한살림 생산자들이 우리밀 농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적정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이용해주는 한살림 조합원들의 존재가 생산자들이 우리밀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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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밀밭
“까끌까끌한 밀밭에 들락거리며 힘들게 농사짓는데, 농산물이 제대로 된 대우도 못 받고 적절한 보상마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속하기가 어렵죠. 보람이 없잖아요.”
결국 판매가 안 되거나 가격이 맞지 않아서 밀을 짓지 않는 농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한살림 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밀 농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천지공동체만을 보면 희망적이다. 밀 농가는 2015년 여섯 농가에서 시작해 2019년에 13개 농가, 지금은 25개 농가로 늘었다. 수확량도 2019년 140톤보다 90톤이나 늘어 올해 250톤을 수확할 예정이다. 4년 만에 1.7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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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천지공동체 회원들과 함께
우리밀을 지켜가겠다는 약속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1%에 불과하다. 세 끼 중 한 번은 국수나 빵을 먹는다고 할 정도로 소비량은 많지만 자급률은 1% 수준으로, 빵 100개 중 99개는 수입산 밀가루로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자급률 1.1%의 현실 속에서 우리밀 농사를 이어가는 채상희 생산자, 그는 공동체에서 함께 우리밀 농사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식문화가 바뀐다면 그것에 맞는 먹거리를 우리 땅에서 키우는 것이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값이 폭등했던 것처럼 기후나 전쟁 등의 요인으로 언제든 국제 밀값이 폭등할 수도 있다. 우리밀 농사로 밀 식량자급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그의 다짐에 고마움과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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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식량독립만세'를 외치는 채상희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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