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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겨울에 제맛나는 브로콜리와 양배추

2022.12.29 (목)

조회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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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생드르대정공동체 정근식 생산자
안녕하세요, 제주 생드르대정공동체 정근식 생산자입니다. 저는 브로콜리, 양배추, 적채, 비트, 대파 등 채소를 생산해요. 지금은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수확하고 있답니다. 양배추는 12월, 브로콜리는 지금부터 2월까지 쭉 수확하죠.

채소는 겨울을 난 후 수확했을 때 제맛이 나요. 제주는 봄, 겨울 두 번 농사를 짓는데 확실히 겨울에 수확한 채소가 맛이 진하고 달더라고요. 비트는 즙을 짜면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꼭 음료수처럼 당도가 엄청나요. 참, 브로콜리 튀김 드셔보셨나요? 보통 볶아먹거나 데쳐서 먹는데, 튀김옷을 입혀 튀겨먹으면 그 맛이 별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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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부터 직접 키우는 한살림 생산자
대부분 농부들은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서 밭에 심어요. 하지만 한살림 생산자들은 자가 육묘를 합니다. 포트에 씨를 뿌려 2~3개월간 농부가 직접 모종을 키우는 거죠. 온도, 수분, 병충해 피해에 약한 어린싹을 위해 거의 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하며 모종을 돌봅니다. 비닐을 덮었다 걷었다 해주며 온도를 맞춰주고 물은 하루에 한두 번씩 주고 벌레나 병은 없는지 살핍니다. 1년 농사를 좌우하는 일이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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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마운 사람, 아내
모종을 심을 때와 수확할 때 가장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코로나 이후에 인력이 확 줄었어요. 거의 모든 농장에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똑같아서 더더욱 그래요. 그래서 아내가 고생이 많답니다. 키워둔 모종을 제때 심어야 해서 어떻게든 둘이 낑낑대며 일하다가 겨우 사람을 구할 때가 많아요. 아내가 농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것들을 챙겨주기도 하고요. 생드르대정공동체 생산자분들은 거의 다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는데, 부부마다 코드가 잘 맞아 보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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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올해 농사
지난 9월 초 태풍이 오기 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 폭탄을 맞았어요. 갑자기 한 시간에 70mm 이상 비가 쏟아지더니 다음날 태풍이 오는 바람에 브로콜리, 대파 등 모두 피해가 컸답니다. 애써 키워 심은 모종을 다시 심어야 했어요. 30년 경력 농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또 가을에는 날이 너무 따뜻해서 브로콜리가 꽃이 피어버렸어요. 노랗게 꽃이 피면 상품성이 떨어져 공급할 수 없거든요. 브로콜리 농사가 쉽지 않더라고요. 양배추는 벌레가 먹거나 하면 겉잎을 몇 장 떼어내면 되는데 브로콜리는 노랗게 꽃이 피어버리면 답이 없거든요. 또 물을 과하게 주면 노균병이 온답니다. 물을 적절히 주는 일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면서도 참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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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그리고 친환경이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요
30년 전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친환경 농사를 지은 지 17년이 되었네요. 6년 후 생드르대정공동체를 알게 되었고, 한살림 생산자가 되었죠. ‘이래서 친환경 농사가 좋구나, 이래서 공동체가 필요하구나’ 그때부터 절실히 느꼈어요. 직접 경험하면서요. 생산자들끼리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주고 함께 활동하며 협력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월례회의가 있는데 꼭 회의가 아니더라도 오다가다 마주치면 안부도 묻고 식사도 하고 술 한잔도 하며 친구처럼 지낸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한살림연합에서 새 품목을 제안하면 무조건 해보겠다고 하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농사 자재도 직접 만들어 써 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서 지금은 대부분 친환경 자재를 사서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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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헤아리는 마음
우리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아껴주고 이용해주는 소비자조합원 분들께 고마움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변화도 느껴져요. ’나도 소비자다’ 생각하며 물품을 선별하지만, 예전보다 물품의 겉모습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소비자의 높아진 기준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답니다. 이런 생산자의 마음도 헤아려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