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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당도와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감귤 생산자의 노력

2022.1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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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 비파괴 공동선별 방식의 시범 도입

한살림의 노지 과수 생산자는 자연이 허락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감귤 소비 하락으로 적체가 3년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책임 생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올해 감귤위원회는 책임소비가 가능할 정도의 품질·품위를 향상하고자 개선방법으로 비파괴 공동선별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합니다. 시스템 도입에 관한 생산자의 생각과 공동선별과정에 대한 감귤위원회의 고민을 아래의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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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을 나무로 표현하면 우리 생산자는 시작을 알리는 뿌리이고, 우리 농산물을 최종 소비하는 조합원들은 꽃이죠" 그래서 농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짓는다라고 제주 생드르동원공동체 고동균 생산자는 말한다. 그의 말 속에 농업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감귤농사 작황과 품위 개선을 위한 노력, 소비자 조합원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올해 한살림 감귤의 작황은 어떤가요?

수확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지난 3~40년 중 최고로 당도가 높은 귤이 나왔습니다. 전년도에는 해거리 영향으로 수확량이 줄었는데, 올해 작황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기후가 농사의 반이라는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Q 유기농 감귤의 재배가 여타 다른 작목과는 다르게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기감귤 재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친환경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생산자는 자연이 주는 대로 받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자연 이 만들어내는 기후와 햇살과 비를 고려하면서 생산해낼 뿐, 기성품처럼 매년 같은 품질을 생산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당도 높은 감귤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유기감귤의 당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기농 감귤의 맛, 즉 당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올해는 7~8월 강우가 적었고, 수확기에도 비가 조금 와서 당도가 무척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기농 감귤은 1brix를 올리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고당도의 기준은 12brix 이상인데, 이는 전체 생산량의 5%로도 되지 않습니다. 성목이식 타이벡 재배를 해야 12brix 이상의 고당도가 50% 내외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살림은 타이벡 재배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한살림 감귤은 역사가 꽤 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감귤을 시작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 토박이인 아버지가 1968년도부터 시작한 감귤 농사를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관행 농사를 지으셨고, 당연히 저도 관행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농약사고를 크게 두 번 정도 겪으면서 이러다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약이라는 게 억, 하고 쓰러지는 게 아니라 스르륵 잠들듯이 쓰러져 버립니다. 맹독성 농약을 뿌릴 때는 방제복을 입어도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하지 않고 혼자 하다가 사고가 나서 골든타임를 놓쳐 사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친환경을 하기로 마음먹게 되고 생드르 공동체를 통해 한살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친환경을 시작하긴 했으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도 팔아보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수익보장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한살림 생산자로 활동하면서 귤을 출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어느덧 저도 나이는 들어서 아들에게 함께 농사짓기를 권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후계농이 되어도 저의 배정량을 자신이 승계받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보장되지 않은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일이 편하다는 태도죠. 주변 공동체 분들도 그렇고, 고령으로 인해 농사는 짓기 힘든 상황에서 후계농이 없어 고민이 많습니다.
Q 한살림 감귤은 품위 개선을 위해 최근 2~3년간 감귤작목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감귤 워크샵을 통해서 여러 가지 개선 사항을 도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조생감귤의 전체 약정 500톤 중 100톤은 비파괴검사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한살림 유기감귤의 데이터(당도, 중량, 산도)를 모으는데 집중을 한다고 합니다. 비파괴검사에 대한 생산자님의 개인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살림 감귤의 품위(당도)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타이백도 당도를 올리는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뿌리에 수분 스트레스를 주어서 당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예전에 타이백을 해본 적이 있는데, 1~2년 타이백을 쓰고 이를 처리하는 문제와 초생재배의 어려움으로 땅을 혹사시키는 것 같아서 중단하였습니다. 당도가 잘 나오는 품종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민합니다. 그런데 사과, 배, 귤 생산자들은 이해하겠지만 품종 전환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균 나무 나이가 30∼40년이 되어야 수확량이 많아지고, 적당한 생산량이 나오는 감귤나무를 키울 수 있습니다. 한번 품종을 전환하면 수확할 때까지 4∼5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적정 PH를 유지하기 위해 석회질 비료도 항상 뿌릴 순 없습니다. 알칼리가 높아져서 산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고, 또 한시적인 대응일 뿐입니다. 과수 생산자에게 토양상태는 정말 중요합니다. 현재는 저는 토곡 퇴비를 사용해서 관리하고 있는데요. 토곡퇴비에 대한 친환경 생산자들의 의견들이 다를 겁니다. 다른 사람의 토양에 맞는 방법이 자기 필지에 맞는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른 토양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올해는 한살림 유기감귤 맛이 좋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주야간 기온차가 크고, 수확기 강수량이 적어 생육이 원활하여 당도도 높다고 합니다. 소비자조합원들에게 올해는 꼭 유기감귤을 소비해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령대마다 원하는 당도 기준이 다르다고 합니다. 2∼30대는 신맛을 좋아하고, 40대 이후 부터 단맛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신맛이 구연산에서부터 나오는 것인데, 구연산은 세포 생성에 도움을 많이 주는 성분입니다. 그렇게 보면 조생귤의 신맛은 구연산이 많다는 강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조합원이 당장 입맛대로 달게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도 생산자 입장에서는 공산품 제조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것이 중요하죠. 농사는 자연이 허락하는 기후와 햇빛과 물을 통해 열매를 맺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작물은 생산자의 손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농사를 한 해 더 이어가는 과정에는 소비자가 필요합니다. 결국 농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사가 이어져야 건강한 후대에 땅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도 조금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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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당도. 과수 생산자들이 기후위기시대에서 더욱 어렵게만 느끼는 과제인 듯하다. 감귤생산자들 역시 당도라는 과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감귤의 당도가 좀 더 높았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조합원들의 요청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제주도의 감귤생산자들이 마침내 비파괴 공동선별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동안 당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고 여러 결단이 있었다. 감귤 재배 매뉴얼을 만들고, 타이벡 설치와 품종 변경도 여러 논의를 거쳐 고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파괴 공동선별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11월 말부터 도입된 제주 감귤 비파괴 공동선별 시스템 사례를 통해 비파괴 공동선별은 어떤 점에서 당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겠다.
①비파괴 공동선별을 위한 사전 작업: 필지별 당도조사
제주에서 감귤을 생산하고 있는 생드르기초연합회(대정, 구좌, 서제주, 동원, 성산표선, 조천 공동체의 연합), 서귀포한라공동체, 큰수풀공동체, 한울공동체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감귤위원회에서는 비파괴 공동선별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앞서 출하순서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필지조사’ 단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감귤을 발주 받을 때 각 공동체법인은 법인별로 요일을 나눠 안성으로 출하했다. 이제부터는 제주도생산자 연합회의 생산관리 실무자가 생산자별 필지를 방문하여 당도를 측정하고, 당도가 높은 순서대로 출하순서를 정한다. 출하기준에 미달하는 필지는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공동선별장에 입고할 수 없다. 입고된 감귤은 선별작업을 통해 안성물류센터로 출하한다. 안성물류센터에서는 소분작업을 통해 배송 중 파손되거나 병충해가 뒤늦게 발현된 것이 없는지 2차선별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②비파괴 공동선별 작업: 육안선별-당도선별-크기선별
감귤위원회의 각 공동체에는 이미 육안선별과 크기선별이 가능한 감귤선별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그동안 각 공동체별로 선별작업을 했을 때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선별기준을 교육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편차가 발생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올해 우선적으로 비파괴 공동선별을 해보기로 합의한 것이다. 비파괴 공동선별의 차별점은 당도선별과정을 추가로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고, 출하순서에 맞춰 들어오는 전체 생산자들의 물품을 동일한 기준으로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하기준의 당도 적합성과 크기 적합성에 따라 미달품과 초과품을 구분해낸다.
③공동선별의 과제 : 이동거리 증가와 비용 부담
선별 후 미달품과 초과품은 생드르 가공공장으로 들어가 감귤즙으로 가공된다. 그런데 아직 시범운영기간이라는 한계로 인해 공동선 별장에서 생드르 가공공장으로 운송해주는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생산자들이 직접 선별장으로 와서 감귤을 회수하여 생드르로 갖다주고, 기물을 챙겨가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생드르 생산자들의 입장에서는 생드르 선별장에 입고시키면 끝이었던 일이 추가 작업으로 이어지니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 가격결정회의 당시 공동선별로 인한 추가발생 비용이 생산비에 포함되었다. 물품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선별된 물품에 대한 책임감도 더 무거워졌다.
④비파괴 당도선별의 과제 : 데이터 누적기간의 확보
공동 선별장의 도입을 확정하기에 앞서 시범적으로 비파괴 선별기계를 이용하기 위해 단기 계약을 맺은 제주친환경 영농조합법인의 감귤선별장은 작년에 새로운 비파괴선별기를 도입한 곳이다. 시설 설비의 규모는 제주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넓지만 시스템 구동기간이 짧다보니 분석을 위한 누적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도입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는 과제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실제로 감귤위원회에서 공동선별에 대한 회의를 할 때는 회의적이던 생산자들 중 일부는 선별장을 직접 방문하고 난 후 오히려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시스템의 규모와 누적데이터가 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결국 경쟁력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⑤비파괴 공동선별의 지속성 : 목적이 무엇인가에 달렸다
감귤위원회가 비파괴 공동선별의 시범운영을 결정하기까지는 당도라는 과제가 쉽게 정복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렇다면 비파괴 공동선별을 통해 당도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열매 한 알 한 알의 당도를 측정해서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것만 공급하고 미달품은 공급할 수 없다면, 당도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인가?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감귤위원회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실제로 비파괴 선별기 자체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당도 미달로 분류된 감귤을 굴절당도계로 직접 측정 및 비교하여 선별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교차분석 함으로써 운영의 지속성을 판단할 예정이 다. 두 번째는 결과 데이터를 필지별 생산관리에 반영하는 것이다. 당도 미달과가 평균 비율 이상으로 선별되거나, 선별장 입고순서를 배정받지도 못할 만큼 당도가 낮은 필지들의 정보를 꾸준히 누적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필지의 토양과 품종 분석을 통해 개선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계의 도입과 기준치의 조정이 항상 문제를 해결해준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그럴싸하게 문제 상황을 덮기만 하는 것인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것인지도 점검할 부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제주 감귤위원회의 비파괴 공동선별작업 도입은 단기 적으로 감귤 당도에 대한 소비자 조합원들의 불안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물품경쟁력이 확보되는 생산기술과 필지를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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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주감귤 '비파괴 공동선별 시스템' 과정
공동선별 시스템을 통해 썩거나 병든 감귤을 골라내고, 감귤 표면의 물기를 건조 후 당도와 무게까지 측정해 분류, 포장합니다.
출처: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소식지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