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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정직한 마음으로 귀한 그릇을 빚는 <청강도예>

2022.12.21 (수)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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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탁에 앉자마자, 생산자님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먹고 사는 게 중요해요."
"다 먹고 살자고 벌어지는 일이죠. 사랑도 그렇고 전쟁도 그렇고, 모든 우리 일이….“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먹는 것부터 바르게 하자는 것이 한살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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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강도예 생산지를 방문한 모습
원주에 위치한 생산지는 가을이 되어 온통 울긋불긋해진 자연의 품 안에 오롯이 안겨있는 것 같았다. 작업장에 들어오자, 1,200도 이상의 온도를 내는 가스가마가 자리하고 있다. 간담회를 통해 전해 들은 생산자의 ‘원칙’이 바로 이 가마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었다. 작업장엔 한살림 그릇 ‘담음’과 ‘못난이’ 그리고 귀하다는 진사까지 만들어내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니 신기였다. 그릇 모양을 한 틀이 보였다. 일정한 모양을 내기 위해 틀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모양 만들기가 끝나고 초벌구이를 기다리는 그릇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작업장 건물을 지나 옆의 자그마한 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완성된 그릇들이 진열되었다. 그렇게 옆에 앉아 시작된 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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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간단회 진행모습
우리는 생산자님의 생산 원칙을 경청하며 담소를 이어 나갔다. 그 원칙의 정점에 ‘환원소성’이 있었다. 설명을 듣다 보면, 그릇을 굽는 원리가 워낙 화학의 지식을 요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이해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비교적 쉽게 설명해 주시려는 생산자의 뜻을 헤아려 보면 대략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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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업장 모습
소성은 굽는다는 뜻인데, 밖으로 배출되는 불길을 다시 넣어 가마 안에 산소를 최대한 억제하며 도자기를 굽는 것을 환원소성이라고 한다. 생산지에서 빚는 그릇은 이 방법을 통해 높은 온도에서 구워진다고 한다. 높은 온도에서 생산하면, 불순물이 날아가고 무 결정체인 세라믹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1,200도 이상으로 온도를 높여야 하는데, 연료도 시간도 많이 들뿐더러 유약이 녹기 때문에 까다로운 일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다른 업체가 판매한 그릇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사건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빨리 구워내기 위해 유약에 납 성분을 첨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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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화석 작가·한살림 생산자님
사람도 온도라는 게 있다. 보통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 온도를 맞추기가 어려워 한동안 온도를 함께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날 만나본 정화석 생산자님은 한살림을 대하는 온도와 비슷했다. 알고 보니 ‘청강’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한때 사용하셨던 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첫 대면부터 물 흐르듯 순조로웠던 이유를 알겠다. 2012년부터 한살림 원주에 납품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을 함께 한 것이다.
많은 조합원님들이 작가님이 귀하게 생산한 그릇을 식탁에 놓고, 많이 이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한살림 장보기뿐만 아니라 전시가 가능한 매장도 있어 지금보다 다른 분들도 쉽게 보고 구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사진=이현희(한살림경기서남부 가공품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