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소 구량천공동체에는 ‘좋아서 하는 농사’라는 이름을 가진 농장이 있습니다. 이 곳을 지키는 권성현 생산자는 농사와 아주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귀농을 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풀무학교’라는 곳에 진학했고, 한살림대전에서 실무자로서 7년 동안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권성현 생산자에게 사고가 확장되고 성장하는 경험을 선물했다고 해요. 유기농업과 공동체농업에 대한 오랜 꿈을 간직해온 그는 아이가 더 크기 전에 귀농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살림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보태서 산 농지에서 미니단호박과 MBA포도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어떤 해에는 우박으로 미니단호박이 초토화되었고, 수박밭이 물에 다 잠기기도 했습니다. 50일이 넘는 장마가 계속되기도 했고요. 아직 초보 농사꾼이라 배우기도 바쁜데 이런 이상 기후를 접할 때면 불안한 마음이 피어 오릅니다. 실무자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님들이 어떤 품위를 원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주거 문제나 일과 노동의 균형을 맞추는 일, 지역 사회에서의 관계도 그가 여전히 고민해야할 문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성현 생산자는 좋아서 시작한 농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봄에 새싹이 연두빛으로 피어날 때, 한살림 도농교류 등을 통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땐 스스로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새삼 확인하곤 합니다.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주위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해요. 같이 일손도 나누고, 문화도 서로 공유하며 즐겁게, 좋아서 시작한 이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