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기농 딸기를 재배하는 이복석 입니다. 이제 12월 딸기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 날씨가 좋아 맛도 좋고 수확량도 좋답니다. 작황이 좋으면 농부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얘기가 있는 것 아시죠? 그만큼 기쁜 마음이랍니다.
청출어람 딸기 생산자
저는 딸기를 20년째 재배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농사는 4~5년 되었어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인 논산으로 돌아와서 부모님 딸기의 농장을 이어받았습니다. 부모님이 하시던 그대로 관행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다 근처 농협이 친환경 딸기를 수매한다는 것을 알고 이웃과 함께 무농약 딸기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값에 편하게 유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언제부터인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이 땅은 무려 40년간 관행 농사를 지어온 땅인데, 전보다 땅이 건강해지고 농사도 더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기농까지 도전하게 되었죠. 그런데 농협에서는 무농약과 유기농 농산물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노력한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2019년에 한살림을 알게 되었고 마침 새로이 꾸려진 상록공동체 생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진] 딸기밭에 있는 노란 상자 안에 벌이 있어요
건강한 땅의 특징
인증제도 상으로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유기농이라고 정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땅에 유기물이 많아야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발효 참나무 톱밥과 낙엽 등으로 땅을 관리하죠. 땅이 질소를 고정할 수 있게 녹비작물도 심습니다. 땅에 미생물이 많아지려면 미생물의 먹이인 유기물이 많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력이 좋아지며 땅이 촉촉해지고 병을 이겨내는 힘도 생긴답니다.
항상 마음 졸일 수밖에 없는 이유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땅이 살아나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고 농약 피해 부담도 없어서 참 좋은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하우스 안에서 딸기를 키우지만, 여름에는 날이 더워 문을 꼭 열어 온도를 내려줘야 하거든요. 요즘은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는 곳이 많은데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항상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생명살림 정신으로 힘들게 농사짓고 있지만, 이런 위험이나 생계 면에서 걱정을 좀 덜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사진] 딸기꽃 위에 벌이 보이세요?
짙은 향, 풍부한 맛을 지닌 한살림 유기농 딸기
요즘 딸기 농장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욱 편하고 효과적으로 여러 위험을 차단하는 기술이 발전했죠. 유기농 딸기는 땅에서 농사짓습니다. 관행 농사보다 더 오래 품을 들이고 더 많이 신경 쓴다고 결과물이 무조건 좋지도 않죠. 그래도 친환경의 힘을 믿습니다. 땅이 건강하게 살아나고, 일하다 쉬면서 바로 따 먹어도 안심인데다, 짙은 향과 풍부한 맛을 지닌 딸기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올해도 한살림 딸기 맛있게 드셔주세요. 그리고 드시면서 생산자의 이야기에도 종종 귀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기대어 함께 생명살림을 실천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9월 초에 딸기 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요
- 딸기 모종을 심기 전까지 2달 정도 밭에는 수단그라스 등 흙을 비옥하게 해줄 녹비작물을 키웁니다. 딸기 모종을 심을 준비를 하면서 녹비작물을 갈아 흙과 섞고 두둑을 정리해요.
- 모종 뿌리가 흙에 안착하기 전까지는 비닐로 덮지 않아요.
10월에는 첫 딸기 꽃이 펴요
- 딸기꽃이 피면 수정 준비를 해요
- 인위적인 약품 수정이 아니라 '벌'로 자연수정을 해요. 하우스 안에는 벌통이 있어요.
- 벌이 수정한 딸기가 이곳 저곳에 있어 익은 딸기찾기 숨박꼭질은 필수랍니다.
22년에는 12월 5일부터 매장에 소량 공급을 시작해, 12월 중순이면 온라인 장보기 등에도 공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사진] 한살림부여생산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