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충주시 소태면에서 밤을 재배하고 있는 김윤숙입니다. 농사를 짓기 전에도 식량안보, 식량 자주권, 지속이 가능한 농업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관련 저서들을 읽으며 장일순 선생님과 한살림을 알게 되었죠. 생산자로 참여한 건 2014년에 아버지께서 작고하시면서 가업을 잇기 시작하면서부터였죠. 지금은 주로 부모님께서 일구신 것을 관리하고 있어요.
나무 한 그루의 일생을 온전히 돕는 것이 농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밤나무는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잎을 가진 작물이라 햇빛을 잘 받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어요. 토양은 유기물과 유익한 미생물로 이미 충분하죠. 나무가 빛에 고르게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도와주면 병해충에도 강하고 작물의 본연의 맛을 잘 발현할 수 있죠. 가장 신경 쓰는 점이 수형을 잡는 일과 전정이랍니다. 전 많은 양을 수확하고자 토양과 나무의 공존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렇게 정성을 들여 재배한 밤은 찐 밤, 군밤, 생밤으로 드시는데요. 찐 밤은 속을 파서 우유와 함께 갈아 밤 라떼로 드시는 것을 추천해요. 요거트에 군밤을 넣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간단한 샐러드로 드신다면 생밤은 썰어서 단감, 오이, 건포도, 마요네즈와 함께 드셔도 좋죠.
올해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체험농장을 시작한 거예요. 작년 12월에 준비를 마치고 올해 처음 시작했어요. 바쁜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어요. 농촌의 가치가 단순히 먹거리 생산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농산물 구매도 좋지만, 농촌을 찾아온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도 생각했죠. 껍질 등으로 퀴즈도 내면서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답니다.
한살림에선 다른 생산자님과 교류한다는 점이 좋아요. 농사법을 함께 나누는 것도 좋고, 농촌을 가꾸며 지속이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더 큰바람이 있다면 조합원님들이 생산과정에서도 더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먹거리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가 더 각별하잖아요. 멀리 있어 얼굴은 모르지만, 어렵더라도 생산과정에 더 관심을 두신다면, 먹거리 문제가 계급의 문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각별한 관계이기에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