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부터 6월 24일까지 올해 첫번째 한살림돌봄학교가 열렸습니다. 한살림연합 돌봄회의 주관으로 총 5회 교육을 진행하였으며 41명이 무사히 수료했습니다. '한살림돌봄운동의 길을 나서다'라는 주제로 돌봄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사회에서 펼칠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1기 돌봄학교를 수료한 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돌봄학교 이후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글 윤선영 | 한살림서울 북서울지부
한살림 돌봄학교 개강에 대한 소식을 접하던 그즈음 부모님의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불안이 커져만 갔다. 치매는 돌봄 중에도 최고 난이도라는 인식이 있기에 더 그랬다. 내가 치매 돌봄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치매환자가 된다면 그때는 누가 나를 돌볼까? 돌봄현장의 사건 사고와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고 타는 목마름으로 돌봄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하길 참 잘했다. 돌봄학교 덕분에 돌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이웃들과 돌봄의 일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품게 되었다. ‘관계’가 ‘돌봄’을 가능하게 하고 ‘돌봄’이 ‘관계’를 성장시키는 ‘관계’와 ‘돌봄’의 불가분의 관계에 눈뜨게 된 것이다.
5월 27일부터 5주간 동안 진행된 한살림 돌봄학교 교육은 돌봄의 개념, 정책, 제도, 사례 등 돌봄의 양상을 다각도에서 바라본 밀도 높은 강의와 열정적인 소모임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사례 발표를 통해서 이미 많은 한살림 조합원들이 지역 내 돌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가 절로 나왔고 많이 부러웠다. 우리지역에도 돌봄의 선순환 구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다음에 든생각은 우리 지역에서 같이 돌봄의 관계망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자본과 권력은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으며 무한경쟁으로 정신 못 차리게 하고 두렵게 한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와 소외가 팽배한 이 사회가 삐걱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보이지 않고 연약하지만 물결이 되고 파도가 되는 정신과 관계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가 한살림은 돌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과 권력에 맞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온 한살림 안에 돌봄의 정신과 관계망이 이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돌봄 학교 이후 아버님 돌봄을 위해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한살림 돌봄 학교로 시작된 돌봄의 싹이 내 안에 조금씩 싹트고 있다. 언젠가 함께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돌봄이 나에게 꽃이 되었다
황미애 | 한살림경남
드르릉 드르릉 식탁위의 폰이 난리다.
“숙자씨”
“미애야, 김치 있나?”
“내일 상남 장인데 열무에 제피 넣어 자작하게 담아 놓을 테니 가져가라”
숙자씨는 올해 81세이다. 숙자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식들에게 김치를 담아주고 새벽 어시장에 가서 장도 본다. 절대 택시도 타지 않고 꿋꿋하게 버스를 타신다. 그래서 나는 ‘돌봄’에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한살림 각 지역에서 돌봄 이야기가 들려왔다. 올해 경남에서도 돌봄회의체가 꾸려졌다. 아는 것도 없고 경험이라고는 작년에 한 먹을거리 돌봄뿐인데... 회의체 구성원 모두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돌봄에 대해 공부하자고 이야기가 모아져서 조기현 님의 『새파란돌봄』을 다같이 읽었다.
돌봄에 대해 막막했을 때 돌봄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다. 중간 중간 일이 생겨 다 듣지 못할 때도 늦게 들어 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빠진 적은 없었다. 나는 알고 싶고 찾고 싶었다. 한살림에서의 돌봄은 무엇인지? 한살림이 하는 돌봄은 어떻게 다른 건지?
5차에 걸친 돌봄학교의 수업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돌봄에 대해 먼저 시작한 곳의 이야기와 현재 한국의 돌봄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더 나아가 돌봄활동가의 이야기까지 생생했었다. 강의 후 진행하는 소그룹 모둠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좋았다. 돌봄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돌봄학교는 돌봄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 있던 나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이제 한 발을 디딘 거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경남의 벗들이 있어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새파란 돌봄’에 있는 이야기로 지금의 내가 공감하는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병원에서는 어디가 아프고 무엇을 못하는 지 말하기 바쁘고, 공공기관에서는 아버지가 얼마나 무능하고 나를 힘들게... 모임에서는 내가 돌보는 이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그 사람은 어떤 의미가 있는 존재인지”
다시, 돌봄
김정연 | 한살림제주
2016년 한살림에 입사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이전의 다른 직장과는 사뭇 다른 가족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한살림을 맹신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결속력이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어떤 활동가가 “여기에는 한살림이 종교인 줄 아는 사람들만 모여 있다.”라는 소리도 들었고요. 그런 반응들이 이해되는 것은 각자 다들 한살림에 입사하기 전 후 사연 하나쯤은 품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살림을 해야만 했던,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말이지요. 한살림이 말하는 ‘생명살림’, ‘다시, 밥’,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일상적인 어구들도 저는 좋습니다. 이보다 더 사랑스럽고 좋은 말이 있을까요?
돌봄 학교 후기에 이런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한살림의 돌봄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한살림의 기본 지향은 결국 생명을 이어가고 돌보게 만드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잘 먹게 하고, 잘 자라게 하고, 공평하게 소비하고, 땅 위를 딛고 사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힘을 모아 해내는 것. 그게 한살림이 하고 싶은 일일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돌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길고 힘듭니다. 하나이지만 또 독립적인 한살림의 특성상 다른 지역생협의 사례를 한곳에서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이번 돌봄 학교를 계기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는 올해 ‘의료복지사협 예비창업팀’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돌봄 준비에 들어가고 있는데요, 강의 중 살림의료복지사협의 사례를 들을 수 있어서 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강의가 특징적이고 좋았지만, 마지막 돌봄 종사자의 사례 중심 강의도 인상에 남습니다. 돌봄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분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모둠별 소통에서는 돌봄에 대한 고민을 서로 털어놓을 때가 많았는데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한살림의 돌봄은 점점 구체화될 것이고, 영역도 넓어지겠죠. 방법을 찾고 고민하는 시간이 계속되겠지만, 누구든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껏 그래 왔듯 한살림의 방법으로 길을 찾을 겁니다. 돌봄 학교에 참여하면서 이런 생각이 가장 강렬했습니다.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모쪼록 돌봄이 한살림의 영역으로 잘 자리 잡아 <다시, 돌봄>을 외치며 힘을 모으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