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명이나물을 한살림에 공급하는 조경일 생산자입니다. 두 가지 품종을 키우는데요! 바로 울릉도종과 오대산종이에요. 울릉도종은 잎이 넓고 오대산종은 길쭉하죠. 제 농장은 석화산과 흥정산 사이에 있는데,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000미터 정도 된답니다. 명이나물은 높은 곳에서 자랄수록 향과 맛이 진해요. 특히 오대산종은 해발 500미터 이상의 습한 곳에서만 자라죠.
명이나물을 재배할 때는 되도록 퇴비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주변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퇴비를 주면 향이 약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아요. 명이나물은 노지에서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키우는 작물이라서 풀 관리가 중요해요. 관행 농사에서는 제초제로 풀을 깨끗하게 없애버리지만, 저는 수확이 끝난 후 예초기로 관리해요. 한창 자랄 때는 명이나물보다 크게 자란 풀만 짧게 잘라준답니다. 명이나물은 한번 심으면 매년 봄 계속해서 새로 자라서 수확이 끝나도 밭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관리해줘요.
한살림 자주기준과 친환경 인증 기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에게는 아이가 뛰어놀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밭이 기준이에요. 농장과 집이 가까워서 5살짜리 아들이 자주 밭에 들어와 놀거든요. 흙이며 작물이며 아이 피부에도 다 닿고 입에도 들어간다고 항상 생각하며 안전한 밭을 만들려고 해요.
울릉도종은 전국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따뜻한 지역에서 훨씬 일찍 수확해요. 홍천은 해발이 높고 기온도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늦게 수확하죠. 농산물은 아무래도 빠르면 빠를수록 인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 명이나물이 한창 많이 나올 때 이용이 저조해 곤란할 때가 있답니다. 그러면 수확량이 많아도 걱정이 되기 시작하죠.
울릉도종은 4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5초쯤 수확을 마치고, 오대산종은 5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수확해요. 연중 딱 이맘때만 신선한 명이나물을 즐기실 수 있어요. 울릉도종은 잎이 넓어 쌈용으로 드시기 좋고요, 오대산종은 향이 진해서 장아찌로 먹기 좋아요. 저는 고기를 정말 좋아해서 수확시기에 일이 많아 힘이 빠질 때,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 명이나물에 싸 먹어요. 정말 최고의 조합이랍니다. 은은한 마늘 향이 입 안에 퍼지면서 달큰하게 씹히는 맛도 좋고요. 이맘때 조합원분들이 한살림 명이나물을 더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명이나물에서 꽃대를 발견한 적 있으세요? 명이나물은 다른 작물처럼 꽃대가 올라온다고 억세지는 게 아니라 잎과 꽃대가 원래 함께 올라와요. 오대산종은 이파리가 길어 꽃대를 더 많이 수확하게 되죠. 사실 이 꽃대가 아주 별미랍니다. 쌈장에 찍어 먹으면 아삭아삭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지고 장아찌에 넣으면 풍미가 더 좋아져요. 명이나물에 꽃대가 들어있으면, 오늘 운이 좋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한살림 실무자로 일하다 생산자가 되어보니, 장점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1~2년 전에 잠깐 빌렸던 땅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는 땅이라서 어쩔 수 없이 1년간 관행 농사를 지었어요. 그때도 약재는 친환경으로 썼죠. 관행 농사도 땀 흘려 일하는 농부의 노력은 같아요. 열심히 키운 주키니를 수확해서 생전 처음 가락시장에 내보냈는데, 그 결과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10kg 한 박스에 900원. 그게 제가 받은 가격이었어요. 그때 박스값만 600원 정도였거든요. 농사지을 때 들어가는 재료비와 농부의 노동비는 그 안에 없었죠. 그 경험으로 한살림 생산자의 장점을 더 뚜렷하게 느꼈어요. 한살림 산지가에는 큰 변동이 없거든요. 그만큼 안정적으로 농사짓게 되는 거죠. 수입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2019년부터 농사짓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한살림 실무자로 근무했었답니다.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한살림 생산자로 농사지으시는 모습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어느새 저도 친환경에 뜻이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가까이에 계시지만 다른 땅에서 따로 농사짓고 있어요. 물론 제가 어려워할 때는 곁에서 조언도 해주시고 큰 힘이 되어주신답니다. 앞으로 점점 노련한 농부가 되어가는 제 모습,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