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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흙 목욕하는 닭의 유정란

2022.04.15 (금)

조회수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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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성 괴산 나누리공동체 생산자
안녕하세요! 산으로 둘러싸인 괴산 소수면에서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는 안병성 생산자입니다. 이렇게 조합원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 기쁘네요. 저희 양계장은 뻥 뚫린 평사식 양계장이에요. 이곳에서 매일 아침저녁 3천마리 닭에게 먹이를 주고 달걀을 줍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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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최애 취미: 흙 목욕
저희 닭은 청치와 풀을 자주 먹어요. 청치는 덜 여물어서 초록빛이 남아있는 현미를 말하는데요. 이걸 양계장에 뿌려주면 닭들이 발로 흙을 파헤치면서 쪼아먹어요. 그러면 땅에 공기가 들어가서 부드럽게 목욕하기 좋은 상태가 되죠. 닭에게 흙 목욕은 아주 중요해요. 진드기가 없어지고 발도 깨끗해져서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닭이 땅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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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두려웠던 새내기 농부
요즘 저희 양계장에는 4월 초 새로 들어온 신입 병아리 3천마리가 삐약거리며 활기차게 돌아다녀요.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처음에는 ‘이 많은 생명을 내가 키울 수 있을까?’ 하며 걱정이 가득했어요. 1년에 병아리가 두 번 들어오거든요. 이제 한 네 번 정도 해보니까 두려움은 없어요. 병아리들은 너무 어려서 체온조절을 스스로 못해요. 그래서 따뜻하게 해주고 비타민과 청치를 주죠. 3일 정도 지나면 풀을 잘게 썰어서 먹이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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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저도 닭을 키우기 전까지는 닭이 풀 먹는 동물인지 몰랐답니다. 한살림 유정란 생산자는 풀 키울 땅이 따로 있어야 해요. 1년에 두 번 풀씨를 뿌리고, 키우고, 거둬서 닭들한테 부지런히 준답니다. 저희 양계장은 1500평 땅에 다양한 풀을 키우고 있어요. 흙에 살면서 충분한 풀을 먹고, 햇빛과 바람을 쐬고, 계절을 견디며 자란 닭은 면역력이 좋아서 날씬하고 더 튼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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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된 18년 차 직장인
제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릴게요! 농부가 되기 전에는 18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았어요. 처음에는 안정적인 회사생활이 좋았는데 각종 평가제도나 경쟁 때문에 지치더라고요. 한참 힘들어할 무렵, 친척분께서 양계장을 그만두셨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평생 한살림 생산자로 농사를 지어오셨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 양계장을 인수해 닭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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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을 주는 공동체
운 좋게도 처음부터 유정란 생산자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 농사 이야기나 정보를 나눈답니다. 한번 만나면 한두시간씩 이야기를 나눌 만큼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겨울마다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와 코로나로 한동안 만나지 못해 아쉬워하는 중이에요.
지금은 직장인일 때보다 농부로 사는 것에 훨씬 만족하고 있어요. 일반 시장 구조에서 생산자는 종종 제일 아랫사람으로 여겨지잖아요. 하지만 한살림 공동체에서는 그렇게 대우하지 않아요. 무언가를 결정할 때 생산자의 동의 여부를 묻고 목소리를 내도록 하죠. 회사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 걸까요? 이런 것들이 더 고맙기도 하고 이게 맞는다고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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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자가 묽어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조합원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달걀을 탁 깼는데 흰자가 묽어서 당황하신 적 있으시죠? 요즘은 한여름 낮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거나 밤이 되어도 열대야처럼 덥죠. 닭도 사람처럼 이렇게 더운 날에는 밥을 잘 안 먹고 물을 많이 마셔요. 피부에 땀구멍이 없어서 다들 입을 벌리고 헉헉거리며 많이 힘들어하죠. 그러면 달걀 껍데기가 약해지거나, 흰자가 묽어질 때가 있어요.
아파트처럼 양옆, 위아래로 닭을 쌓아서 키우는 케이지 방식의 양계장은 이런 문제가 덜해요. 냉난방 장치로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고 천장에 단열재를 보완했어요. 올여름에는 우리 닭들이 조금 덜 힘들어하기를 바라면서요. 이 글을 읽으신 조합원님! 앞으로 묽은 달걀을 마주하게 되면, “닭들도 많이 더웠나 보다.” 이렇게 생각해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