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반디나물을 재배하고 있어요. 원래 돌나물을 농사지었는데, 농사짓던 땅이 토지개발되면서 농장을 옮길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새 땅에서는 돌나물이 자라질 않아서 반디나물을 하게 됐지요.
반디나물을 재배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어찌된 영문인지 발아가 잘 안 됐거든요. 또 진딧물 같은 벌레가 붙으면 아예 못 써요. 다 베어버려야지 방제가 안 되더라고요. 곰팡이와 병에도 아주 약하고 더워도 안돼요.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하다가 포기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애쓴 덕분인지 다들 우리 집에 와서 보고는 작황이 좋다고들 얘기해요. 저희는 아직 반디나물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평균은 되지 않았겠나 싶죠. 지난 12월부터 수확하고 있는데 다해서 대략 4.5톤 정도 거둘 것 같아요. 한 번 심으면 두 번까지 수확할 수 있는데, 두 번째 때는 수확량이 확 줄긴 하더라고요.
저희가 한살림 농사지은 지가 올해로 12년째에요. 그동안 돌나물, 방풍나물, 쌈양상추 등을 길러 공급했고, 그 공로로 2015년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모범생산자상도 받았지요. 한살림 생산자로 산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쓰지 않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농사짓는 것도 어렵고, 공동체 운영을 위한 회의와 모임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죠. 정해진 시간까지 물품도 내야 하고 회의도 참석해야 하니 힘에 부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생산자가 들어오기에도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한살림 농사를 이어가는 이유는 우선 물품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한살림에 들어오기 전 관행농사를 10여 년간 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한살림이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는 그래도 한살림이 정직하게 농사짓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간혹 농약을 사용하는 등의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자의로 한 것보다는 비산 오염처럼 타의에 의한 게 더 많아요. 그래도 한살림하는 사람들은 정직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님들께도 당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어떤 조합원님은 시장가격이 쌀 때는 시장 물건을 사고, 시장가격이 비싸면 한살림 물품을 사더라고요. 그래서 한 조합원님한테 물어봤어요. 일반 농산물을 이용할 때와 한살림을 이용할 때 경제적으로 큰 차이가 있느냐고요. 그랬더니 자기가 한살림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한살림 물품을 먹으면서 경제적으로 타격받은 일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장도 비쌀 때는 무지 비싸다, 그런데 한살림은 비싸도 사전에 생산자와 조합원이 같이 정한 가격 아니냐는 거죠. 저희가 그 이야기에 상당히 위로를 받았거든요. 물론 각자의 사정이 다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가지 마시고 한살림을 계속 이용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때로는 한살림에 농산물이 남아돌 때가 있고 부족할 때도 있어요. 농사가 망가질 때는 정말 순식간에 망가져 버리거든요. 그러면 물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저희 마음도 참 많이 안타까워요. 이런 부분을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우리 생산자와 조합원이 상부상조하는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디나물 요리 추천드릴게요. 생으로 쌈을 싸 먹어도 좋고, 겉절이로 먹어도 맛있어요. 생선찌개에 넣으면 향이 아주 좋고요. 저희 집에서는 전으로 자주 부쳐 먹는데, 그게 진짜 맛있으니 꼭 한번 해 드셔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