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는 맛이 좋은 한살림 세발나물, 드셔보셨나요? 기다란 잎 세 장이 꼭 발같이 길게 나서 ‘세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세발나물은 염전 주변이나 간척지처럼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입니다. 간척지가 가까운 우리 마을이 세발나물 주산지인 이유죠.
예전에는 세발나물을 따로 재배하지 않고 간척지에서 캐다 먹었어요. 그러다 무안군에서 농한기 틈새소득작물이라고 많이 권장하면서 저도 기르게 됐죠. 가을로 접어드는 9월 초순에 파종하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할 수 있어요. 부추처럼 밑동을 베어내면 다시 자라거든요. 한겨울 추울 때는 70~80일, 이맘때 기온 정도면 40일 주기로 평균 네 번 수확해요. 동네 이웃들이 주로 일을 도와주는데, 다행히 지금은 농한기이기 때문에 사람 구하는 게 힘들지 않아요. 하지만 농사일이 바빠지는 3월 중순부터는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벌써 걱정입니다.
저는 하우스 3천 평에 세발나물을 기르고 있어요. 2013년 한살림에 세발나물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 인증을 거쳐 현재 유기재배하고 있답니다. 제가 한살림 농사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건 비산 농약 오염 걱정이에요. 우리 하우스 옆에서 관행농사를 짓거든요. 여러 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도 약을 막 뿌려버리니 농약이 날아올까봐 노심초사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또 세발나물은 연작 피해가 큰 작물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고추나 깨 등과 돌려짓기하지만 저는 한 해 농사지은 땅은 그냥 묵혀요. 하우스 문을 닫아버리고 땅을 쉬게 하면서 저도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습니다.
세발나물은 바닷물에 풍부한 천연 미네랄 함량이 매우 높고 식이섬유도 많아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사나흘 정도 먹으면 효과를 볼 정도죠. 저는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는 게 맛있더라고요. 생잎을 겉절이처럼 해서 고기 먹을 때 곁들이는 파절이 대신 먹어도 좋다고 하고요. 어떤 약보다도 좋은 제철 채소 세발나물,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