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원목에 유기 표고버섯을 기르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한살림에 표고버섯을 내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10여 년이 넘었네요.
12월에서 1월 사이에 채취한 원목을 2~3개월 말려서 수분을 없애요. 말린 나무에 구멍을 뚫어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한 뒤 3개월 정도 배양해서 7~8월에 본밭에 세워놓죠. 세워놓으면 18개월 후에 버섯이 피어나거든요. 그렇게 난 버섯을 10월부터 4~5월까지 수확해서 공급하는 겁니다.
지난해 여름이 너무 뜨거웠던 까닭에 올해 작황은 좋지 않은 편이에요. 버섯 종균은 35~40℃ 정도에서는 죽어버리거든요. 겨울에 추운 것은 영하 40℃까지 내려가도 괜찮은데 더우면 안돼요. 그래서 전년 대비 수확량이 한 70% 정도 될 것 같아요.
유기재배하는 우리 버섯이 관행 버섯과 모양은 다를 바 없지만 생산과정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풀을 다 손으로 매거든요. 저는 여기에 가장 자부심을 갖고 농사짓고 있어요. 버섯의 맛과 향을 유지하려면 물로 씻지 않고 먹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버섯이 조합원님들께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섯을 기른 원목은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쓸 수 없어요. 하지만 이 귀한 나무를 그냥 버릴 순 없죠. 가까이에 있는 부여 진호공동체에서 톱밥으로 만들어 퇴비로 쓰는데 땅심을 살리는 데 아주 그만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지역순환농법이라고 할 수 있죠.
3월 10일부터 열흘간 종균 접종을 하려고 하는데,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걱정이이에요. 인건비는 올랐는데도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전에는 이주노동자를 쓸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어렵네요.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라는 말처럼 누구라도 와서 일손을 보태주면 좋겠어요.
저희가 버섯을 선별해서 포장할 때 잘한다고 해도 미흡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조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더 세심하게 골라 보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요리는 잘 모르지만 우리 아내가 해주는 걸 먹어보면 표고버섯이랑 돼지고기를 같이 먹는 게 가장 맛있더라고요. 정성껏 건강하게 기른 표고버섯, 맛있게 드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