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이면 사람들은 튼실한 배추를 골라 김장을 하고 나머지 못생긴 것들은 밭에 그냥 두었습니다. 그런데 1월쯤 보면 포기 지다 만 배추는 썩어버리는데 희한하게도 포기 지지 못한 배추는 더 푸른빛을 띠며 살아나 겨울을 넘기더군요. 이 녀석들은 되레 겨울햇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잎자루를 쫙쫙 펴며 푸르름을 더해갑니다. 바로 봄동이죠.
봄동은 겨울철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며 맛이 깊어져서 겉절이, 쌈, 된장국, 나물무침, 전 등 다양한 요리로 거듭나죠. 저희 집에선 김장김치 맛이 떨어지는 1월 말에 봄동으로 김치를 담는데, 생기 가득한 맛이 그만입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한겨울 기운이 쇠하고 입맛이 떨어지면 봄동으로 원기를 보충합니다. 연중 햇볕의 양이 가장 적은 겨울, 제가 왜 땅끝마을 햇볕을 품은 해풍봄동을 좋아하는지 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