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제주도연합회 사무국장
저는 2002년부터 한살림에 몸담아 지금은 제주에서 한살림 생산자들을 지원하는 사무국장 역할을 하며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성공회대학교 학생 5명이 제주 구좌지역으로 농활을 온 데 따른 준비와 진행을 함께했고요.
한살림은 2020년 성공회대학교와 상호협력협약(MOU)을 체결하고 환경·농업·먹거리 교육을 위한 과목을 개설하여 진행했는데요.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중 농촌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를 희망한 학생들이 우리를 찾아온 거죠.
첫째 날에는 부석희 생드르구좌공동체 생산자가 학생들과 동네를 함께 걸으면서 마을을 소개했습니다. 저녁에는 혼디드렁공동체와 생드르구좌공동체 회원들이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고요. 구좌지역에서 하고 있는 사회적농장과 한울공동체에서 하는 경축순환농법 사례 등 한살림 생산자의 여러 활동도 함께 나눴습니다.
대학생들이니까 아무래도 같은 또래 청년농부들과 만나는 것도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둘째 날에는 우리 지역으로 이주해서 농사도 짓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청년모임인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농장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그 친구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녁에는 한살림연합식생활센터와 청년 먹거리 현황과 대학생 대상 식생활 교육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셋째 날에는 부용림 생드르구좌공동체 생산자 농가에서 대파를 다듬고 선별하는 일을 했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실내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어요. 그래도 학생들이 오니까 공동체에 활기가 돌더라고요. 공동체 회원들이 저녁을 준비해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넷째 날에도 부용림 생산자 농가에서 당근을 수확했답니다.
이번 농활은 워킹홀리데이에서 착안해 학생들에게 소정의 품삯을 주는 것으로 했어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7만 원을 농가에서 학생들에게 주었고요. 학생들은 자신이 일해서 받은 품삯으로 농활이 끝난 뒤 제주에서 자유시간을 즐겼다고 하네요.
처음 하는 활동이다 보니까 준비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는데요. 또다시 진행한다면 대학생들과 생산지가 직접 소통해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해보지 않은 낯선 일이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하다 보니까 새로운 교류의 장이 열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합니다.
[인터뷰] 박하나 농활 참여 대학생
저는 성공회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거든요. 텀블러를 쓰는 것 이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수업을 알게 돼서 수강했어요. 수업을 듣다 보니 농업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 농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살림 생산지에 가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생각보다 밭이 되게 크다는 거였어요. 수업에서 유기농업이 어떻게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를 들었는데, 유기농부를 만나니 배운 내용이 실감 났어요. 유기농으로 지은 작물은 좀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 했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았고요. 무엇보다 작물을 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둘째 날에는 청년모임을 만났는데요.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설명을 듣고 농업이 청년들의 삶에도 와닿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거기서 감자를 캤는데 원래 끝나는 시간을 5시로 예상했는데 다들 손이 빨라서 3시에 끝냈어요. 감자를 캐는 데 몰두한 그 시간이 되게 신기했죠.
농사일이 날씨와 많이 연결되어 있잖아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살림 생산지에서 밭일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또 겨울에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도 좋았지만, 파종할 때 씨앗을 본다거나 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면 농업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아요.
이번 농활 이전에 수업에서 우리씨앗농장으로 벼 베기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살림은 각자의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는 곳이라는 걸 알았죠. 이번에도 한살림 생산자님들이 학생들이 왔다고 너무나 환영해주시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어른들에게 큰 환대를 받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저는 도시에서만 살아서 농촌생활을 알 기회가 없었는데 농활을 계기로 농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농업은 나와는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조금은 달라졌어요.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서 농산물을 사 먹는 것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하게 됐고요. 저 같은 청년들이 이런 기회를 갖게 되면 요리도 좀 더 하게 되고 농업과 식생활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같이 간 학우들과도 친해졌는데 다들 이번 농활을 엄청 좋아했어요. 나중에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