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95년부터 한살림 생산자로 활동해왔고, 현재는 충남 아산에 있는 한살림 가공생산지인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이하 ‘푸른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푸른들은 논농사, 밭농사, 축산이 결합된 지역 생태순환농업을 만들기 위해 2000년 한살림아산연합회 생산자들이 설립하여 현재 친환경 벼 건조장과 도정공장, 식품가공공장, 유기한우농장,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푸른들의 자랑은 벼를 건조할 때 석유 대신 왕겨를 쓴다는 점입니다. 쌀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사용되는 에너지의 약 51%가 벼를 건조하는 과정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까요? 일반적으로 벼를 건조할 때 석유를 연료로 쓰는데, 석유 1ℓ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5kgCO2나 되거든요. 하지만 왕겨를 쓰면 상대적으로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푸른들은 2012년 왕겨 건조기를 도입하여 2020년부터 100% 왕겨 건조기로 벼를 말리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왕겨로 벼를 건조하는 곳은 푸른들을 포함해 두 군데밖에 없다고 해 더욱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왕겨를 태우고 남은 재는 친환경농업 토양을 개량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생태순환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올해 도정공장에서는 쌀 품질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다행히 지난해에 비해 나쁘지 않았던 날씨 덕분에 벼가 실하게 익어 제현율(벼 도정 시 현미가 나오는 비율)은 좀 좋아졌거든요. 여기에 더해 싸라기를 잘 골라내고 완전미(깨지지 않고 온전히 쌀알 모양을 갖춘 쌀) 비율을 높이면 친환경인데다가 밥맛까지 좋은 쌀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밥할 때 쌀이 물을 일정하게 흡수해야 밥맛이 좋다고 하는데, 깨진 쌀은 물을 한꺼번에 흡수하기 때문에 밥맛이 떨어지는 거거든요. 이를 위해 선별기를 확충하려고 합니다.
푸른들은 한살림 쌀의 2/3가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조합원에게 좋은 쌀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우리 생산자들이 1년 동안 정성껏 농사지은 벼를 잘 가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살림 쌀은 먹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 대응에 일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합원님 모두 그 점을 꼭 기억하시고 한살림 쌀을 기쁘게 맛있게 드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