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어요. 평소에는 한살림에 연간 40t 정도의 배를 내는데 올해는 절반도 채 못 낼 것 같아요. 올봄에 비가 많이 와서 검은별무늬병이 돌았거든요. 습도가 높으면 심하게 생기는데, 이 병에 걸린 배는 껍질에 검은 점이 박혀서 까맣게 돼요.
가을에는 나방 피해를 입어서 수확을 앞둔 배들이 많이 떨어졌어요. 유기농으로 배를 기르니까 합성농약을 쓰지 않잖아요? 그런데 친환경자재로는 방제가 잘 안 되는 병충해가 있거든요. 그래서 배를 많이 버리기도 했고 그나마 괜찮은 것도 일반공급은 못하고 가공용으로 냈어요. 지난해에는 농사가 잘돼서 약정량 이상으로 출하를 했는데, 농사는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네요.
모양은 출하기준에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먹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배는 ‘대견한’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것만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조합원님들께 전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