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수미 세계협동조합대회 한국 코디네이터
12월 1일부터 3일, 서울에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이 모입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이하ICA)이 한국의 협동조합들과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를 개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두 차례 연기된 만남이었기에 대회를 앞두고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ICA 설립 125주년과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25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자리입니다. 1895년에 창립된 ICA는 국제 비영리 조직 중 가장 오래된 조직으로 전 세계 112개국 318개 회원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대회는 전 세계 협동조합들의 만남과 토론으로 이어온 오랜 역사를 함께 축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의 깊이를 더하다’입니다. 1995년 맨체스터 대회에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이 채택된 이후, 전 세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ICA 회원인 지역 협동조합들도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들에 대응하고 적응하며 혁신해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협동조합 정체성을 점검하기, 강화하기, 헌신하기, 실천하기 등 4개 세부주제를 통해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안들을 이야기 나눌 예정입니다.
한국 협동조합의 가치를 전할 기회
대회기간 동안 4개의 전체 세션(기조연설 및 원탁토론)과 20개의 동시 세션이 진행됩니다. 각 세션에서는 ‘정체성’을 키워드로 주제별, 부문별, 지역별 협동조합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데, 한국 사례와 패널이 고루 들어가 있습니다.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탓도 있겠지만, 이제 한국도 다양한 이슈와 사례들을 공유할 수 있을 만큼 협동조합의 기본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계협동조합대회는 1992년 제30차 도쿄 대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유럽 밖에서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이는 많은 협동조합들이 유럽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는 것과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협동조합들이 주목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은 농협, 수협처럼 큰 규모로 지역사회의 경제발전과 함께한 협동조합 모델이 있고,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발전한 생협도 있습니다.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고 다양한 혁신을 보여주는 협동조합들도 있습니다. 규모나 역사, 역할, 관련법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협동조합 모델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인 한국에서 ‘다이나믹 협동조합’을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동안 한 번도 한국어가 대회 공식 언어가 된 적은 없었는데 올해 세계협동조합대회에서는 모든 세션에 한국어 통역이 제공됩니다. 언어의 장벽을 조금은 뛰어넘을 수 있고 좀 더 원활하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한국의 이야기들이대회에 많이 담기면 좋겠습니다. 한국 협동조합인들의 목소리로 우리의 가치와 문화를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에게 전달하고 또 다른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회가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전 세계 협동조합의 목소리 모을 것
최근 ICA는 국제사회에서 떠오르는 사회연대경제 논의의 핵심주체입니다. 2000년대 이후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OECD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사회연대경제를 중요한 사회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인정하고, 그 결과 2013년 사회연대경제 관련 UN 기구들의 협력 태스크포스(UNTFSSE)가 구성되었습니다. ICA는 협동조합 분야의 최고 기관으로서 참관인(Obsever) 그룹으로 참여하여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연대경제 담론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970년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 경제사회국(UNDESA),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국제기구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확산 및 발전 위원회(COPAC)에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ICA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대회의 과정과 결론을 협동조합의 목소리로 모아 국제사회에 알려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ICA 이사회에서 꾸린 정체성위원회 위원장인 마틴 로워리가 태스크포스팀을 맡아 대회 내용을 이끌어 갑니다. 또 각 세션에서 좌장과는 별도로 코디네이터(리포터)를 두어 토론 내용을 세심히 모으고 정리합니다.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논의는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니까요.
지역에서 전 세계로 이어지는 연대, 협동조합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는 전 세계 사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많은 고통을 주었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얼마나 서로 연결된 삶을 살고 있는지 느끼게 했습니다. 전 세계 사회는 각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이번 세계협동조합대회는 그 사실을 다시 알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다른 나라의 지역 협동조합들이 경험하고 있는 고민과 연결되고, 우리의 해결방법이 다른 나라의 협동조합들에 좋은 사례가 되며, 반대로 해외 협동조합들의 전략이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 패널로 참여하는 한살림의 독창적인 특징은 해외 협동조합인들이 주목할 만한 귀중한 가치입니다. 그동안 한 살림의 가치가 지역과 한국에 있었다면, 그 가치를 해외 협동조합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관계를 만들어나가다 보면 분명 한살림이 가진 정체성이 세계 협동조합 운동에 진한 울림을 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조수미 님은 2016년 협동조합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2018년 캐나다협동조합 개발 재단에서 1년간 일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협동조합운동과 지역 협동조합 운동을 연결하는 연구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