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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부안 산들바다공동체

2021.10.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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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1월호(649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행복하려고 유기농하는’ 사람들이 모여 모든 농지를 유기농으로 지으며 약정량은 희망에 따라 균등하게 나눈다. 어려운 일은 공동작업으로 해내며 오랜 시간 쌓아온 농사기술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서로서로 잘하고 잘돼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권리도 의무도 똑같이 나누어 갖고 마음을 맞추어가는 산들바다공동체를 만났다.
공동체 가입할 때부터 유기농
산, 들, 바다가 어우러진 전북 부안의 자연환경에서 이름을 따온 산들바다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회원이 모든 농지에서 유기재배한다는 점. “각 회원이 ‘준비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회원 대부분이 학생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농민운동이든 운동을 경험하며 ‘정의’에 대해 고민해 온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는 농사가 아닌 유기농사를 짓는 것이 당연했다는 게 공동체 창립멤버인 김수원 생산자의 말. 그래서 산들바다공동체는 가입 시부터 모든 농사를 유기농으로 해야만 함께할 수 있고, 이것이 공동체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소농을 살리는 1/n 배분
산들바다공동체의 또 하나의 특징은 희망에 따른 1/n 배분. 공동체 정관에도 들어 있는 중요한 원칙으로 오래된 회원이든 신규 회원이든 각자 원하는 작물과 원하는 생산량을 신청하고, 신청한 회원 수대로 약정량을 똑같이 나누어 짓는 것이다.
“농사규모가 작은 회원은 자신이 선호하는 품목을 신청해서 약정량을 배분받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회원은 선호품목은 똑같이 배분받고 다른 회원이 신청하지 않은 품목을 더해서 짓는 거예요. 올해 참깨 같이 한살림 전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결정한 게 아니면 우리 안에서는 회원이 희망하지 않는 품목을 강제로 배정하지 않아요.” 정명미 생산자의 설명에 임홍순 생산자가 말을 보탰다. “소농 입장에서 보면 대농 회원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우리가 못하는 품목들을 맡아서 공동체 약정량을 계속 유지해주니 나중에 소농이 여력이 생겼을 때 그 품목을 지을 수 있죠.” 이러한 방식은 결과적으로 소농을 살리는 셈이다.
“먼저 시작한 선배님들이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약정량을 골고루 나눠준 게 밑거름이 되어 우리가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선배님들은 겸손하게 너희들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하시지만 기본 바탕을 만들어주신 거죠.” 정명미 생산자의 말에 김수원 생산자가 멋쩍게 웃었다. “전체가 잘돼야 공동체가 잘 굴러갈 수 있죠. 이건 양보가 아니고 자연스러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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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수원, 정명미, 엄홍순, 유태원 생산자가 수확을 앞둔 배추밭에 섰다

공동작업을 통한 품질 상향평준화
“전체가 잘돼야 한다”는 산들바다공동체의 모토는 공동작업을 하고 영농기술을 공유하며 공동체 물품 전체의 품질을 상향평준화하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파종과 육묘를 같이하면 농사효율을 높일 수 있어요. 또 각자 갖고 있는 노하우가 다르잖아요? 이걸 열심히 듣고 실천하면 1년 농사지어도 10년 지은 것만큼 기술이 쌓여요.” ‘나락반장’을 맡고 있는 임홍순 생산자의 말에 이어 김수원 생산자는 “이야말로 한살림 생산공동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날그날 자기 일하기도 바쁜데 공동체 밴드에 자신만의 농사기술을 쓰고 공유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일반 농사짓는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거죠.”
공동작업을 할 때 흔히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 “논 백 마지기 짓는 사람과 열 마지기 짓는 사람이 동일하게 파종과 육묘를 한다고 하면 적게 짓는 사람한테 불만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백 마지기 짓는 사람이 공동체의 다른 부분에서 기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균형이 맞는 거죠.” 정명미 생산자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회원들의 시각이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와 만족 느끼며 살아요
산들바다공동체의 대표품목은 절임배추. 재배부터 가공까지 공동체에서 직접 하는 ‘산지가공’ 물품으로 전량 한살림에 낸다. 2015년 회원들이 출자하여 가공공장을 세운 뒤 채소액, 돼지감자차, 우엉차, 작두콩차, 바로먹는미니단호박 등도 생산한다. 산지가공을 시작한 뒤 할 일은 더 많아졌지만 일자리가 늘고 회원들의 소득이 좀 더 높아졌다. “투입하는 인력이나 노동강도를 생각하면 실질적인 소득이 많이 높아진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나름의 신념과 농사 외적으로 느끼는 만족도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좀 부족하더라도 살아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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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공장에서 작두콩차를 만드는 모습

행복지수만큼은 누구보다도 높을 거라고 말하는 산들바다공동체 생산자들. 비슷한 철학을 가진 이들과 어울려 노력한 만큼 되돌려주는 정직한 땅에서 삶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충족감 때문 아닐까. “산들바다공동체 들어와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유태원 생산자의 말처럼 이들의 재미와 행복이 계속해서 지켜지고 더 많은 이에게 퍼지면 좋겠다.


글 이선미 사진 김현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