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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2021년 한살림 참깨 이렇게 생산하고 가공합니다

2021.10.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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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호(648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지난해 이상기후에 기인한 장마와 폭우로 참깨는 최악의 작황을 보였다. 친환경 참깨는 계획량의 10%밖에 생산되지 않았고, 참기름 원료로 사용되는 국산 참깨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 조합원 논의 결과 조합원 공급용 참기름과 볶은참깨는 한계수량으로 공급했고, 가공식품 부원료로 들어가는 참기름 및 참깨는 2021년산 참깨 수확 전까지 수입산 참깨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한살림은 기후위기가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우리 자신과 농업을 위해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먼저 한살림 생산자들이 참깨 생산기반 확대와 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아 전국 각지에서 참깨농사를 지었고, 가공생산지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햇참깨로 참기름과 볶은참깨를 생산할 준비에 한창이다. 2021년 한살림 참깨 생산, 가공 현장을 찾아갔다.
어려운 작물이지만
한살림이 좋아서 지었어요


올해 1월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이사회에서는 한살림 참기름 공급을 위한 참깨를 전국 생산공동체와 생산자가 책임지고 생산하기로 결의했다. 친환경 참깨 10t과 일반 참깨 20t 생산을 목표로 생산계획 신청을 받은 결과, 친환경 참깨 5만 6,701평(14개 지역, 140명)과 일반 참깨 4만 5,328평(13개 지역, 151명, 지역농가 일부 포함)을 약정했다.

청주 초정공동체의 나기복, 나진찬 생산자도 올해 처음 참깨 생산을 약정하고 농사를 지었다. “우리 한살림이 작년에 깨가 없어가지고 많이 힘들었잖아요? 생산자들이 조금씩 해보자 해서 동참한 거죠.” 한살림 농사경력 20년의 베테랑 농부들이지만 참깨는 힘든 작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병충해와 습기에 약한 작물이라 장마 때 썩기 쉽고 삼복더위에 수확해야 해서 일 자체가 힘들어요. 무더운 여름에 보름에서 한 달 가까이 말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죠. 노지에서는 어렵고 하우스 안에서 선풍기를 계속 쐬어줘야 그나마 잘 말라요.” 다행히 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전반적으로 작황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1,000평 땅에서 참깨 120kg을 생산했다는 나기복 생산자는 수익성이 낮은 것도 참깨가 ‘기피작물’로 꼽히는 이유라고 말한다. “참깨 1kg 가격이 1만 6,000원이라고 한다면 1,000평 지어도 200만 원을 못 받는 거예요. 같은 면적에 무나 배추를 심으면 천만 원 정도 하는 건데. 이거는 수익성을 생각하면 하기 어려워요. 한살림이 좋으니까, 한살림운동이라는 가치 때문에 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참깨농사가 지속가능하려면 각 생산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소규모로 나눠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생산자당 50평에서 200평 정도 짓는 게 적당한 것 같아요. 하루에 수확을 끝낼 수 있는 면적으로요.” 2,000개 생산농가가 각각 50평씩 참깨를 기르면 20t을 생산할 수 있다.

친환경 참깨에 대한 적정한 가격보전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친환경과 관행 참깨의 가격 차이가 없어요. 뜻 있는 사람들이 유기농 참깨를 생산한다고는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고, 소비자도 친환경 참깨를 찾는 욕구가 없기 때문이에요. 친환경 참깨 생산자에게 그에 걸맞은 가격보전을 해줘야 유기농 쌀처럼 확산될 수 있는 거거든요. 한살림은 물론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살림은 2021년산 참깨 수매 시 무농약 참깨는 시중가(9월) 대비 130%, 유기 참깨는 140%의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어려운 작물을 짓는 생산자를 배려한 연간 종합작부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전작으로 참깨를 심은 생산자에게 후작으로 좀 더 소득이 높은 작물을 심을 수 있게 배려한다면 참깨농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요. 이렇게 연간 농사의 균형을 맞춰준다면 참깨농사가 한 해로만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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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나진찬 생산자는 올해 양파 후작으로 참깨를 심었다. 농사가 잘됐을 때 300평 땅에서 참깨 60kg을 수확할 수 있다.
(아래 사진) 나기복 생산자가 친환경 참깨를 털고 있다. 한여름을 무사히 보낸 참깨가 우수수 떨어진다.
한살림 기준에 맞는 원재료로
안전하고 맛좋은 참기름을 공급하겠습니다


한살림 참기름은 살림농산과 전남 함평군에 있는 천지인이 함께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연간 사용하는 참깨양이 200t가량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살림 참깨 생산량이 아주 적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국산 일반 참깨로 참기름을 생산했어요.” 한살림 생산자들이 단합하여 참깨농사를 지어준 덕분에 올해 처음 한살림 참깨로 참기름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김경준 살림농산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 외 참깨는 지역 농협이나 농업회사법인을 통해 수매한다. “한살림 기준에 맞는 원재료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요. 국산 참깨는 잔류농약검사와 원산지검사를 진행해서 이상 없음이 확인된 물량만 수매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원산지검사하는 데가 한 군데밖에 없거든요. 그마저도 한살림 실무자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고요.” 품질기준도 엄격해서 살림농산은 ‘상’ 등급 이상의 참깨만 사용해 품질을 유지한다.

올해 한살림에서 생산된 친환경 참깨는 일반 참깨와 섞어서 기름을 짜기보다는 별도로 참기름을 생산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려면 먼저 넘어야 할 어려움이 있다. “일단은 기름을 짜는 착유기를 따로 써야 하고 보관도 따로 해야 해요. 엄격하게 구분하려면 생산라인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좀 힘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살림에서 친환경 참깨가 계속 나와야 한다는 것. “살림농산은 2022년 상반기 중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입니다. 한살림에서 참깨농사를 지속한다면 공장 이전 시 친환경 참기름 생산라인을 분리할 계획도 있어요.” 지속가능한 생산과 조합원의 소비가 만난다면 2022년에는 친환경 참기름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참기름은 1986년 한살림농산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공급한 한살림의 상징적인 물품으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다. 우리 밥상은 물론 국산 참깨, 나아가 국산 친환경 참깨를 지키는 기반으로서 살림농산은 앞으로도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믿고 이용해주신 조합원 덕분에 지난해 참기름 생산이 어려웠을 때에도 운영해나갈 수 있었던 데 감사드립니다. 늘 안전하고 맛좋은 참기름을 공급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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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씻은 참깨를 볶음솥에 넣고 볶는다. 온도와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맛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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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가 다 볶아지면 착유기에 넣고 참기름을 짠다. 황금빛 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사방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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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사료나 비료 원료로 활용한다.
글 이선미 사진 김현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