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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환경을 살리는 일, 작은 걸음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2021.09.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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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648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작의 계기는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오지만 그 흐름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이만치 바뀌어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기대감과 그 길을 차분히 걷는 성실함뿐이다. 지구를 생각하며 환경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버나드 박은 그런 이였다.
지난 6월 ‘버나드의 친환친구’(이하 친환친구)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버나드 박은 국내 환경관련 단체들을 소개하며 그 활동을 경험하고 있다. 매달 한 곳씩 지금까지 총 네 곳을 다녀온 그가 이번에 선택한 곳은 2014년 괴산에서 문을 연 이후 토박이씨앗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데 힘써온 한살림우리씨앗농장(이하 우리씨앗농장)이다.

경험할수록 더 알고 싶어져요

“환경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어요.” 친환친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가수로 데뷔했다는 것 외에 스물아홉 살의 평범한 청년 그 자체였던 버나드 박. 쑥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우고 실천하는 경험의 반복은 그를 어떻게 바꿔내고 있을까.

분명한 점은 실상사작은학교 학생들과 함께 손 모내기와 퇴비 만들기 등 친환경으로 농사짓고, 강릉 송정해변에서 곰솔바닥을 긁으며 해안숲을 가꾸고, 서울 여의도 건물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체험하고, 인천 마시안해변에서 해양쓰레기를 줍는 등 친환친구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 그의 환경 감수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환경문제를 잘 아는 편은 아니었는데 친환친구를 하며 점점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뜻깊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죠. 언젠가 더 이상 노래를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온다면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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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씨앗농장에서의 경험도 마찬가지였다. 배추벌레를 잡고, 호박잎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쥐이빨옥수수와 백가지의 씨앗을 거두는 등 우리씨앗농장에서 긴 하루를 보낸 뒤 그의 생각은 한 뼘 더 깊어졌다. “우리 종자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 땅에서 자란 먹을거리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당장 먹기에는 수입산의 가격이 저렴하겠지만, 길게 보면 국산을 먹는 것이 우리 농민은 물론 자연에도 훨씬 더 좋은 일이니까요.”

내가 바뀌면 다른 이도 달라져요

깨달음은 자연히 다짐과 실천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는 말에 그는 “다른 이를 도우며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일 년 후, 십 년 후의 제가 무엇을 하고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봉사하는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멕시코에서 학교를 짓는 활동에 동참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좋은 호텔에서 쉬는 여행은 참 편하지만 기억에 깊게 남진 않잖아요. 그런데 그 시간에 남을 도우면 몸은 조금 힘들어도 마음이 너무 좋고 그 기억도 오래가더라고요. 언젠가는 아프리카에 가서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싶어요.”

좋은 변화는 전염되게 마련. 수많은 팬을 지니고 있는 스타라면 그 폭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친환친구 채널에는 ‘버나드 박의 실천에 공감하며 앞으로 환경문제에 관심 갖겠다’는 댓글이 여러 언어로 줄지어 달려 있다. 젊은 세대에 미치는 스타의 ‘선한 영향력’이 토박이씨앗살림을 비롯한 각종 환경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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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버나드 박은 농장의 메밀밭을 배경으로 ‘오르막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한 걸음, 이제 한 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 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씨앗을 심고, 작물을 기르고, 거기서 씨앗을 거두어 되심는 과정을 아득하게 반복하며 토박이씨앗을 지켜온 이 땅의 생산자들을 생각하며 준비했다는 노래 가사에서 버나드 박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환경문제를 대하는,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길에 들어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버나드 박. 그가 심은 작은 씨앗이 어떻게 자라 또 다른 씨앗을 퍼뜨릴지 기대해 본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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