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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다양한 나를 만나고 사람을 배워갑니다

2021.07.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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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8월호(646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낯익은 얼굴, 편안한 표정. 20년 넘게 한살림을 이용해 온 김수진 조합원의 첫인상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이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환자와 동료 의사들이 믿고 기대는 수간호사로, 어떤 이에게는 영화 ‘침묵’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재판장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받은 월급 이상의 책임을 부담스러워하는 마케팅 팀장으로 기억되는 그. 어디에나,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이자 한살림을 좋아하는 조합원 김수진 님을 만났다.
배우라는 직업, 사람을 배우는 일

김수진 님이 오디션을 통해 정식 데뷔한 것은 2001년. 뮤지컬 ‘의형제’를 통해서다. 그로부터 20년 넘게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어온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배우는 가공의 배역을 해석해 뼈대를 만들고, 자신의 연기로 살을 붙여 보는 이들이 현실 속 인물로 느끼게끔 만드는 일을 하잖아요. 매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많아요.”

그는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허투루 준비하는 법이 없다. “제가 맡아야 하는 직업이 있으면 조사를 하고, 실제로 쫓아다니면서 공부해요. ‘침묵’이라는 영화를 할 때는 실제 재판을 한 달 넘게 방청하고 주변 법조인들에게 조언을 얻었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위해서도 실제 수간호사 선생님을 뵙고, 간호사님들 수기를 많이 읽었고요. 적어도 그 일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게 ‘실제랑 달리 너무 과장되게 연기하네’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준비하죠. 물론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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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은 이내 배움의 장이 되었다.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청각장애인 역할을 맡으며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수화를 어느 정도 배우고 나서 청각장애인 한 분을 소개받았죠. 예전이었다면 단순히 ‘말을 못하니 불편하시겠다. 안타깝다’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근데 어떻게 보면 수화도 외국어 같은 하나의 언어잖아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더듬더듬하는 나에 비해 저분은 수화를 너무 능숙하게 잘하는구나’라고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만남을 통해 시각을 바꾸는 게 다른 이에 대한 존중감을 이렇게나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 전 만난 간호사님도 그랬어요. 실제로 너무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게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간호사의 역할이나 의사와 간호사 간의 위계가 얼마나 왜곡되었던 것인지 깨달았죠.”

세월호 사건 다룬 ‘생일’ 가장 기억에 남아

40여 편이 훌쩍 넘는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조심스럽게 영화 ‘생일’을 꼽았다. ‘생일’은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을 챙겨주는 희생자 주변의 인물들을 다룬 영화다.

“가족과 이웃들, 친구들이 희생자의 생일을 챙겨주는 장면을 3일 넘게 찍었던 게 생각이 많이 나요. 요즘 언론에서 비극적인 사건을 다룰 때, 자극적인 면만 조명함으로써 사람들을 오히려 외면하고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발점이 세월호 사건이라고 봐요. 저 또한 그 사건에 부채의식이 크고요.”

배우로서 어떻게 보면 조금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 세월호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배우는 정치인이 아니니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 문제될 게 있나요. 그것을 삐딱하게 보는 우리 사회가 좀 촌스러운 거죠. 특히 세월호 사건은 원칙의 문제이자 생명에 대한 문제이잖아요.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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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매장 활동가 경험으로 살림해요

김수진 님의 이야기 중간중간에서 한살림이 30년 넘게 이야기해온 가치가 드문드문 묻어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새삼 신기해하던 중 놀라운 이야기를 꺼내놨다. 바로 한살림 매장 활동가 경험이 있다는 것.

“콩을 심을 때 세 알을 심어 새도 먹고 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는 곳이라는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았어요. 그때는 ‘이런 좋은 곳이 있네’ 하고 넘어갔는데 결혼을 하고 집 근처에 매장이 있길래 가입했죠. 또 마침 그즈음 집에 일이 있어서 배우 일을 반년 정도 쉬게 되었는데 매장 활동가를 뽑길래 지원했어요. 당시는 바코드도 없던 시절이라 물품 번호를 외우느라 고생했던 게 생각나네요. 하하. 제가 모르는 물품에 대해서는 조합원님들이 역으로 가르쳐 주시기도 하고, 고되지만 재미나게 일했었어요. 그때 배운 살림 능력이 신혼생활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죠.”

지금도 매주 한 번 이상은 한살림 돈암매장에 들러 물품을 한 아름 사 가고 주변 사람들을 한살림에 가입시키느라 분주하다는 김수진 님. 한살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공공의 선’이랄까, ‘공동체’ 개념이 너무 마음에 들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한살림 물품을 이용하면 나도 살고, 생산자도 살고, 자연도 사는 거잖아요. 친환경을 표방하는 곳은 많지만 한살림 같은 곳은 없다고 믿어요.”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김수진 님이 추천하는 한살림 물품

까나리액젓
"미역국이나 소고기뭇국 등을 간할 때 요긴해요. 좀 과하다 싶게 넣어도 짜지 않고 감칠맛이 좋아 꼭 챙기는 물품이에요."

수박과 참외
"한살림 과일은 다른 곳과는 확실히 맛의 깊이가 달라요. 수박은 일주일에 한 통씩 꼭 사고, 참외도 배가 아플 정도로 먹어요."

수피아 알로에베라잎즙 수딩젤
"화장품은 거의 한살림 것만 쓰는데 그중에서도 수딩젤은 시원하고 촉촉해서 굉장히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