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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연결된 존재로서 말하고 행동합니다

2021.05.0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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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호(644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지구공동체는 거대한 연결망이며 우리는 그 안의 모든 존재와 특정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이를 한살림에서는 “밥 한 그릇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라고 풀어 이야기하고 타일러 라쉬는 “가족, 직장, 사회 등 내가 속한 작은 상자는 자연이라는 더 큰 상자 안에 있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것이 온 우주든 큰 상자든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구공동체의 일부일 뿐인 인류의 욕망은 기후위기라는 분명한 결과로 돌아왔고 급기야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경고하고 행동에 나섰다. 타일러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한살림과 닮아 있는 그의 생각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어보기 위해 차 한 잔의 대화를 나누었다.
“한살림 조합원님들 안녕하세요? 타일러입니다.” 그의 인사는 자기소개를 간단히 덧붙여 달라는 요청이 무색할 정도로 짧았다. 비정상회담으로 알려진 방송인, 다양한 주제를 쉽게 풀어 전달하는 강연자, 스타트업 컨설팅회사 대표, 번역가이자 작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타일러 라쉬는 자신을 그냥 ‘타일러’라고 소개했다.

기후위기 시대,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소속이나 직함을 하나만 붙이기에는 저 자신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냥 이름으로 소개해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은 독립성 때문이에요. 저는 선택권이 항상 저에게 있기를 바라는데 한 가지 일만 하고 있으면 그 일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그의 독립성과 자기결정권을 위협할 만한 큰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아니, 타일러 개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바로 ‘기후위기’다.

“제가 지금 30대 초반이니 은퇴는 대략 2050년 즈음 하겠죠. 그런데 지금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녹으면 2050년까지 해수면이 60cm 넘게 상승한다고 해요. 그러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가라앉고, 각종 발전소가 있는 연안 지역이 침수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있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 중 상당수가 피해를 입어요. 삶의 지반이 흔들리는 때에 제가 은퇴해서 평안하게 살 수 있을까요? 당장의 은퇴 설계에 매달리기보다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편안한 미래를 위한 가장 시급하고도 분명한 길이더라고요. 그게 해결되어야지 우리가 공부를 하고, 좋은 데 취직하고, 커리어를 쌓는 게 의미 있는 일이 되는 거죠.”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기후위기는 빙하 위의 북극곰이나 적도 부근 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당장 내 삶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모든 문제가 연결되어 있기에 기후위기를 말합니다

문제를 인식했으면 해결을 위한 행동이 뒤따르게 마련. 타일러도 기후위기를 널리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지금이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녀요.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때면 눈치를 살피지 않고 그냥 이야기를 툭 꺼내놔요. 더 많은 사람이 문제임을 인식해야 함께 무엇을 해볼 수 있잖아요. 한살림은 조합원도 많고 그 안에 이미 형성된 모임들도 있으니 기후위기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지난해 8월 기후위기를 주제로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냈다. 기후위기 입문서로서 내용도 좋은 평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출판 방식 자체가 화제가 되었다. 대중서로는 보기 드물게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인증*을 받은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 것.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띠지를 없애고 종이 손실이 적은 판형을 선택한 것은 물론이다. “저는 기후 전문가도 아니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꼭 해야 할 말이기에 책을 썼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셔서 기후위기는 물론 친환경적인 출판도 알릴 수 있었죠.”

전문가가 아니라고 겸손함을 보였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16년부터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세계자연기금(WWF) 한국지부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환경부에서는 ‘타일러의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제안’이라는 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을 알렸다.

“WWF 홍보대사를 하며 공부할수록 환경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생물다양성 문제를 공부하다 보니 물의 중요성과 연결되고, 물 부족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바다 오염 문제를 빼놓을 수 없고, 바다는 또 최대 온실가스 흡수처라는 면에서 기후위기와 이어지거든요. 모두 연결된 문제라면 가장 크고 시급한 기후위기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 기후위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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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구매권으로 기업에 요구합니다

기후위기를 널리 알리는 것 이외에 타일러는 환경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을 강조했다. “소비할 때 그 물품이 환경인증을 받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주변에 추천해요. 예를 들어 텀블러를 챙기지 못한 날 카페에 가야 한다면 저는 FSC인증 종이컵을 사용하는 곳에 갈 거예요. 제가 자주 이용하는 물품에 환경인증이 없다면 기업에 요청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기업들도 당연히 신경 쓰지 않을까요? 배달앱에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빼주세요’ 체크란이 생긴 것은 일부 소비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겠지만 덕분에 이제는 그 문제를 특별히 신경 쓰지 않던 이들도 한번 더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그런 게 소비자가 구매권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닐까요?”

한살림은 올해 조합원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 실천으로 남은 음식물을 줄이는 ‘남.음.제로(남은 음식물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마침 ‘타일러의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제안’에도 포함된 내용이었기에 이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음식물쓰레기의 40%가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어요. 공장식 축산은 사실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의 주범이잖아요. 물로 헹궈서 염분을 제거하고 수분을 최대한 빼서 부피를 줄이는 등 신경 써서 잘 버리더라도 결국 그게 다시 지구를 위협하는 데 사용되는 사실에 화가 나요. 물론 남는 음식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사용처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료로 만들어서 우리 지역 농산물을 키우는 데 쓰인다든지 한다면 좀 더 신경 써서 잘 버릴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생각은 전염되고, 많은 이가 함께할수록 세상은 빠르게 바뀐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닐까 싶은 이때, “내 꿈은 기후위기 해결”이라며 기후위기 문제를 널리 알리고 행동에 나서주는 그의 존재가 감사하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