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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채식의 시작, 음식을 통한 자아 찾기

2020.10.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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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호(638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최근 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저탄소 식단이면서 평화로운 음식인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자니 주저하게 되고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지속가능한 채식을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한데, 그 첫 단계는 나는 돌아보는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몸에 들어온 음식과 음식에 대한 감정들을 살펴보면서 진짜 내 모습을 찾는 것부터 출발해보자.
나는 내 몸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몸은 살아온 날들의 지도와 같다. 삶의 곡절이 고스란히 몸에 반영된다는 말이다.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환경, 인간관계, 성격, 체질을 알 수 있다. 먹고 살아가는 일에 대한 감정은 어떠한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날 때, 기쁘고 행복할 때, 어느 순간이든 음식이 빠질 수 없다. 관계를 맺을 때도 음식과 함께 시작되고 끝난다. 즉 음식은 삶과 관계의 스토리텔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 24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먹은 음식들을 적어보자. 그중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먹은 음식들은 무엇이며, 원하지 않았지만 먹어야 했던 것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 몸에 들어오는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었는지 떠올려보자. 장바구니에 담긴 식재료들이 어떤 과정으로 조리되고, 어떤 첨가물과 조미료가 사용되었는지, 영양을 충분히 살려 조리했는지도 되돌아보자. 내 몸에 들어온 음식들이 입에서 위를 지나 소장을 통과하여 간과 조직세포로 이동되어 나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연상해보자. 그리고 내 몸을 빠져나가 다시 대지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까지.
이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고 즐길 권리,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음식이 환경과 다른 생명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단지 고기만 빠진 채식이 아닌, 물과 바람, 햇빛, 땅속 생태계부터 오는 자연의 힘을 통해 만들어진 식물들의 영양을 살린 자연식을 더욱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 할지라도 일상 속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채식연습을 통해 천천히 즐기면서 채식이 내 삶의 방식으로 스며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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