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0월호(637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유병태 울진 반딧불공동체 생산자
한살림 생산자로서만 17년째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봄에는 모종을 하루만 일찍 심어도 서리에 얼어 죽고, 여름에는 길고 긴 장마에 연이어 태풍도 오고요. 코로나로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수확도 늦어졌지요.
고추는 덥고 건조한 공기를 좋아하는 작물이에요. 비가 계속 오면 일찍 달린 고추는 물러서 떨어지고, 탄저병도 생기죠. 무엇보다 고추를 네다섯 번은 수확해야 하는데, 날이 흐려서 꽃이 안 피니 고추 자체가 없네요. 보통 8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계속 따는데 올해는 두 번 수확하고 더는 딸 것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행이나 유기농이나 할 것 없이 고추가 무척 귀해요. 시중 고추는 가격이 작년보다 네 배 정도 올랐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한살림은 약정 가격으로 조합원들에게 공급하지만, 생산량 자체가 줄고 농사가 잘되지 못해 품질이 예년만 못할 듯해요. 고추색도 좀 부족하고요. 해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같은 하늘 아래 생산한 모든 고추라면 다 그럴 거예요. 좀 부족하더라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소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