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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나는 왜 채식을 하는가?

2020.09.07 (월)

조회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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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호(604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인간은 잡식동물입니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인은 정말 특별해 보입니다. 국내 채식 인구가 어느새 100만 명이 넘는다는데 이 사람들은 다 어디에 숨어 있던 것일까요? 서로 다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채식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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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채식을 하게 되었나?

김가영
다섯 살 때 집에서 개 잡는 것을 보고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었어요. 좀 더 커서는 마을에서 닭, 돼지를 잡는 것도 보고, 낚시하면서 물고기가 파닥거리며 죽어가는 모습도 보게 되었죠. 계속 채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고기의 맛과 향이 싫어서 채식을 합니다. 콩고기도 먹지 않아요.

경봉스님
출가를 하면 왜 채식을 할까요? 사실 부처님은 채식만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출가수행자가 채식을
하는 건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걸 깨닫고,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인간이 먹는 고기 때문에 동물들은 옴짝달싹 하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서 안타까운 삶을 살다 가지요. 그래서 저는 채식을 하는 사람이 참 예뻐 보입니다.

김교선
예전에는 고기를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현미를 연구하면서 현미와 채소 중심으로 식생활이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고기는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농경 민족인 우리에게는 우리쌀과 채소가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신은지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육식과 지구환경에 대해 계속 고민했고, 2010년부터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데, 고양이나 어린 아들 녀석이나 토라지는 걸 보면 둘 다 비슷해요. 사람도 고양이도 소, 돼지도 모두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에 존중받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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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은 불편해!

신은지
한살림은 채식인을 이해하고 많이 배려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함께 식사를 하다보면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회식 자리에 참석하면 다른 분들은 식사메뉴가 한정돼서 불편하실 것 같고, 저는 다른 분들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미안합니다. 채식인이 고민하지 않고 비채식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김가영
남편이 삼겹살을 좋아해요. 함께 고깃집에 가면 저는 된장찌개밖에 없는데, 찌개에도 고기나 해물이 들어가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가 식탁에 올라와야 신경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기도 하고요. 다함께 삼계탕 먹으러 가면 저한테 ‘채식하니까 닭죽 먹으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김교선
하이즈는 전남 무안에 있어요. 전라도에서는 김치에 꼭 젓갈을 씁니다. 다들 전라도 김치가 맛있다고 하는데, 저는 젓갈 들어간 김치를 못 먹어요. 식당도 고기를 피할 수 있는 몇몇 곳만 정해 놓고 갑니다.

경봉스님
되도록 외식을 하지 않아요. 밖에서 부득이 사먹게 되면 일일이 빼달라고 할 수 없어 조미료 정도는 감안하고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도시락을 싸서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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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은 나를 변화시켰다

김교선
성격이 많이 유순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운전할 때 브레이크도 잘 안 밟았는데 이젠 규정속도로 다닙니다. 말투도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고요. 아무래도 채식 덕분인 것 같아요.

신은지
비염이 많이 심했고, 꽃가루 날리는 계절에는 계속 재채기와 콧물이 나고, 눈도 잘 못 뜨고 다녔어요. 이제는 비염과 알레르기가 많이 나았습니다. 제 체질에는 채식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김가영
저는 계속 채식을 해서 잘 모르지만 남편이 느끼는 것 같아요. 남편이 제가 집에서 해준 밥을 먹으면서 아토피와 역류성식도염이 없어졌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합니다. 집밥과 채식의 영향인 것 같아요.

경봉스님
채식을 하면 식재료를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차분해지는 훈련이 됩니다. 인스턴트 음식을 잘 먹지 않게 되고, 웬만해서는 직접 해먹게 돼요. 라면도 잘 먹지 않죠.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급식교육을 하면서 초등학생의 식생활을 조사했는데,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는 아이들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적었다고 합니다. 직접 하는 요리는 삶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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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어렵지 않아요

경봉스님
골고루 먹는 게 좋아요. 두부만 많이 먹는 건 좋은 채식이 아닙니다. 5가지 색깔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비빔밥은 탁월한 선택이죠. 혹시 주변에서 채식한다고 눈치를 주면 ‘요즘 한약을 먹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순발력 정도는 있어도 좋겠습니다.

김교선
채식물품도 맛있게 먹는 요령이 있어요. 이를테면 현미쌀가스는 해동하지 말고 꼭 냉동상태로 튀겨야 합니다. 채식물품도 제대로 조리해서 드시면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

김가영
맛있고 예쁜 채식요리로 시작해보세요. 저는 채식주의자 대신 편식주의자라는 표현을 씁니다. 맛있어서 채식을 하기 때문이죠. 친구들에게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줬는데, ‘초딩 입맛’ 남편들도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예쁜 음식은 더 맛있게 보이니, 예쁘게 담아 드시길 추천해요.

신은지
채식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채식을 하면 재료 준비가 좀 까다로울 수 있는 반면에 설거지가 금방 끝납니다. 냉장고도 더 가벼워지고, 살림도 단순해지고, 흔히 말하는 미니멀리즘이 자연스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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