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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아토피와 폭염을 이기는 채식의 힘

2020.09.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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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호(604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채식을 시작한 지 7년. 현미밥에 채소와 과일, 견과류, 콩이나 두부를 주식으로 하고 가끔 방사형 계란을 먹는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식생활을 바꿨을 뿐인데 변화는 컸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었고 의사는 ‘아토피는 평생 낫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어린 아들마저 아토피가 생겼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연고만을 처방해줄 뿐이었습니다. 절망적이었고 우울했습니다.
그 즈음 다큐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들면서 축산 현장을 직접 보았고, 육식과 질병에 관한 여러 자료를 접하면서 저는 식단을 채식으로 바꿨습니다. 아이도 제가 촬영을 할 때 돼지 농장을 직접 본 뒤 채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와 아이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아토피가 단박에 완치된 거예요. 감기쯤은 웬만해선 걸리지 않는 수퍼 체력이 되었고 건강검진을 하면 모든 수치가 너무 좋습니다. 뾰루지도 사라졌고, 젊어 보인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아이는 소처럼 힘도 세고 또래보다 키도 커요. 세계적인 영양학자 콜린 캠벨 박사가 평생의 연구를 집대성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읽고 저는, 제가 채식을 통해 건강을 찾게 된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었어요. 동물성 단백질은 암의 방아쇠 역할을 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식물기반 자연식(채식)은 우리 몸을 살리는 수많은 힘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습니다. 요리도 즐거워졌어요. 다양한 채식 레시피를 보면서 따라해 보는 재미. 설거지도 간편해졌어요. 고기 기름과 핏물, 대장균, 살모넬라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2011년 구제역으로 4개월 동안 무려 350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장바구니에 고기를 담을지 말지 너무 고민이 됐고, 돼지가 사는 곳에 직접 가보자 결심했어요. 그렇게 한 손엔 카메라를, 한 손엔 아이 손을 잡고 돼지를 찾아 떠난 여정,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들며 저는 처음으로 ‘고기’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돼지와 닭들은 햇빛도 바람도 들지 않는 ‘공장’에서 유전자조작 사료를 먹고 항생제, 호르몬제 등 각종 약물을 투여 받으며 살고 있었어요. 작년 살충제 계란 파동 때 저는 놀라지 않았어요. 배설물과 분진이 가득한 축사에서 수만 마리 닭들이 밀집 사육되는 산란계 농장은 해충이 득실댈 수 밖에 없는데, 살충제를 안 쓸 수 있을까요? 어미돼지들은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스톨(감금틀)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암탉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평생 날개도 못 펴고 살아갑니다.
이 세상 아이들이 다 건강했으면 하는 한 엄마로서, 타자의 고통에 민감한 예술가로서, 내가 겪고 싶지 않은 육체적 폭력을 다른 비인간 동물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은 인간 여성으로서, 윤리적인 삶을 추구하는 한살림 조합원으로서, 저는 공장식 축산이라는 폭력적 시스템에 가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가 펄펄 끓습니다. 북극, 남극이 녹아서 북극곰, 펭귄들이 죽어갑니다. 축산에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 교통수단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심한 온난화 가스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는 단지 채식을 함으로써 지구를 식힐 수 있어요. 무엇을 먹는가는 이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오늘 저녁엔 두부 스테이크를 해 보려 해요. 텃밭에서 키운 바질이랑 토마토도 곁들이고요. 살림의 밥상으로 몸도 살리고 지구도 살린다고 생각하니, 요리도 식사도 더욱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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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들고 글 쓰고 아이 키우는 살림이스트, 에코페미니스트.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작별>, <어느 날 그 길에서>, <광장의 닭> 등을 만들었고 한국일보에 ‘황윤의 멍멍꿀꿀어흥’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