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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포장의 고민 : 일본의 3R 사례와 우리의 과제

2020.08.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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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9월호(636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자원순환에는 되살림운동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살림 포장재를 자원으로 순환하기 위해 조합원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공급상자나 재사용병, 우유갑처럼 한살림 안에서 되살림하거나 포장을 잘 분리배출하여 국가 차원에서 재활용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조합원이 분리배출한 포장 쓰레기는 재활용업체를 통해 수거 및 분류되고, 재생원료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물질 혼입 등으로 실제로는 전체 분리배출량의 절반도 못 되는 양만이 재활용되는 실정입니다.
만약, 한살림이 일부 물품이라도 포장을 자체적으로 수거해서 다시 한살림 포장재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또는 재사용병의 종류가 지금보다 다양해진다면? 더 많은 자원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을까요?

가까운 곳에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 생협들은 오래전부터 3R(감축·재사용·재활용)을 기본으로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자체적인 자원순환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주요 생협들이 하고 있는 자원순환 사례 중 주목할 만한 것을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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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duce : 감축
· 고등어된장조림에 사용되는 비닐포장재에 식물유래 소재를 적용해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습니다(팔시스템).
· 동일했던 즉석밥 3종(200g, 150g, 130g)의 플라스틱 포장용기 두께를 중량별로 달리 하는 방법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습니다(팔시스템).

2. Reuse : 재사용
· 4개의 생협이 규격을 통일한 R병 7종을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강화유리로 만든 R병은 35회, 초경량으로 제작된 R병은 최대 50회까지 재사용할 수 있으며 평균 78%의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생활클럽, 그린코프, 팔시스템, 도토생협).
· 10개입 유정란 상자를 회수, 세척하여 재사용하고(생활클럽), 종이 재질의 토마토상자도 회수하여 재사용합니다(팔시스템).

3. Recycle : 재활용
· 자체 재활용센터에서 생수 페트병과 물품 카탈로그, 요리세트 스티로폼 트레이 등을 수거, 재활용해 같은 제품으로 사용합니다. 그밖에 우유갑, 요구르트컵 등도 수거해 재생휴지로 만듭니다(팔시스템).
· 유정란 상자를 회수, 재활용해 유정란 상자나 골판지 등으로 사용합니다(그린코프).
· 우유병 뚜껑과 공급용 봉투를 회수, 재활용해 쓰레기 봉투와 공급용 봉투로 사용합니다(생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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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우리나라의 법적, 제도적 차이

되살림운동과 물품포장의 환경성을 중시하는 한살림이지만, 일본 생협들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적, 구조적인 한계가 있고, 규모에서 오는 벽도 존재하는 까닭입니다.

생수 페트병을 재활용해 다시 같은 물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 일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분쇄·가열·성형 등 물리적 방식으로 재활용한 페트용기는 식품용기 원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계란은 세균 등의 오염 우려로 포장재 소독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터라 상자를 재사용할 수 없고, 과일상자는 생산자별 바코드와 친환경인증번호가 인쇄 및 스티커처리 되어 있어 복잡한 처리를 하지 않고서는 수거 후 해당 생산자만 재사용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재사용병은 어떨까요. 재사용병 이용을 활성화 하려면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고, 재사용병도 지금보다 더 많이 회수되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새 병보다 이용단가가 높은 재사용병의 특성상 규모를 늘려야만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4개 생협은 ‘병재사용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모여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를 실현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초경량 재사용병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재사용네트워크가 함께 연구·개발하고 그에 맞는 설비를 도입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밖에 일본 생협의 특성상 공급실무자가 주문공급이 없는 주에도 매주 조합원 가정에 찾아가 재사용병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회수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물품 카탈로그나 요리세트 스티로폼 트레이, 우유병뚜껑 등을 회수, 재활용해서 자체 포장 또는 용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팔시스템처럼 자체 재활용센터를 운영해야만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는, 한살림에서 되살림되는 우유갑처럼 재질별로 재생원료를 만들어 물품으로 가공하는 전문 업체를 만나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밖에 식물유래 소재로 만드는 플라스틱 포장은 GMO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재활용 공정을 방해해 별도로 분리배출 및 처리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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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다운 자원순환의 미래를 꿈꿉니다

일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한살림과 우리나라 생협의 현실에 맞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사안에 따라 생협진영이 연대하여 국내의 좋은 3R 모델이 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이와 관련, 현재 한살림은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하는 ‘제품 순환이용성 개선 지원 사업’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류병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유일한 사례인 한살림 병재사용 현황을 점검해 회수 및 세척 시스템을 보완할 방안을 검토 중이고, 비닐과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컨설팅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생협들도 유리병 재사용에 관해 한살림과 공동과제로 컨설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사업이 한살림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재사용병용 강화유리 연구·개발과 세척시설 지원 등으로 확장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한살림이 좋은 사례가 되어서 우리나라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