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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고민해온 36년

2020.08.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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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전국 각지에 많은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그중 생활클럽연합회(이하 생활클럽)는 홋카이도에서 효고 현까지 21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33개 회원생협이 참여하는 연합회입니다. 약 40만 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먹을거리 안전, 사람의 건강, 자연환경 보존을 함께 생각한 물품을 생산자와 함께 만들며 공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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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클럽은 1965년 문을 열 때부터 ‘생산에서 소비, 폐기까지’ 총체적으로 고민해왔습니다. 화학물질이 나오지 않아 안전한 유리병을 우선하여 사용해왔지만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이에 1994년부터 각 조합원 가정에서 세척한 병을 회수하여 다시 세척한 뒤 조미료나 음료를 채워 재사용하는 ‘그린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


실천으로 환경을 살립니다

‘그린시스템’은 Garbage Reduction for Ecology and Earth’s Necessity(지구 생태계를 위한 쓰레기 감량)의 머리글자 GREEN을 따서 이름 붙였습니다. 그린시스템에서는 현재 8종류의 재사용병을 규격화해서 67개 물품에 사용합니다. 그중 우유 전용 병 2종을 제외한 6종은 R병이라 부르며 간장과 주스, 마요네즈 등 다양한 물품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재사용병의 모양과 용량을 규격화하면서 회수-세정-선별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효율을 높였습니다.

그밖에 우유병의 플라스틱 뚜껑과 물품 배송용 봉투도 회수 및 재활용해 우유병 뚜껑은 쓰레기봉투로, 물품 배송용 봉투는 다시 물품 배송용 봉투로 만듭니다. 그밖에 10개들이 유정란 상자도 회수해 재사용하며, 물품소식지도 회수해 재활용합니다. 지금은 이들까지 포함해 그린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생활클럽 조합원들은 매장에서 장을 볼 때와 매주 주문공급을 받을 때 이들을 반납하는 그린시스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의 방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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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제조 및 유통과 폐기를 포함한 일련의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LCA(Life-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 방법을 통해 재질별 포장용기를 분석·평가한 결과 가장 환경 부담이 적은 용기가 재사용병이며 재사용 횟수가 많아질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고 밝혀졌습니다. 생활클럽 R병의 회수율은 약 75%입니다. 각각의 R병에 따른 재사용 회수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회수율을 감안하면 전체 R병이 대략 4번 정도는 재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그린시스템을 통한 쓰레기 감축량은 6종의 R병이 1,017톤, 2종의 우유병이 3,103톤, 플라스틱 우유병 뚜껑이 25톤, 물품 배송용 봉투의 플라스틱 필름이 146톤으로 총 4,291톤에 이릅니다. 매년 약 500만개, 누계로 따지면 약 1억2,000만개의 병을 재사용한 만큼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도 줄었으리라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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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치를 만들어갑니다

그린시스템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정착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조합원의 자발적인 실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재사용을 위해서는 조합원이 집에서 깨끗이 병을 세척하고, 그것을 매장이나 주문공급 시 내놓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우유병의 경우 단백질 성분이 많아 더욱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밖에 병에 생채기가 나지 않기 위해 이용 할 때 금속 숟가락으로 내부를 긁지 않고, 병을 딸 때 병 입구에 직접 닿지 않는 병따개를 이용하며, 세척 할 때 금속수세미를 쓰지 않는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생활클럽에서는 신규 조합원에게 안내책자를 배포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은 조합원 모두에게 전단지를 배포해서 주의사항을 전달합니다. 또한, 개별 회원생협에서도 공부모임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규격을 통일한 재사용병을 생활클럽을 비롯한 여러 생협이 함께 쓰는 것도 주요한 부분입니다. 생활클럽을 비롯해 그린코프, 팔시스템, 도토생협 등 4개 생협은 1994년 결성한 병재사용네트워크를 통해 규격화된 재사용병을 200여 개의 물품에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으로부터 회수하고, 자체적으로 회수하여, 생산자에게 분배해야 하는 재사용병은 드는 품은 물론이고 생산비용도 새 병보다 오히려 많이 듭니다. 병재사용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단체가 함께 사용하니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고, 그린시스템 활동의 확산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병재사용네트워크에서는 매년 약 1,000만개, 누계로는 2억 3,000만개를 재사용했습니다.

현재 일본 전체로 따지면 불행하게도 1.8L짜리 술병을 비롯한 재사용병의 사용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기후위기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금, 그 어떤 포장보다 환경에 부담이 적은 재사용병이 다시 조명되는 시대가 오리라 믿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그린시스템이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생활클럽은 앞으로도 이 활동을 계속해나가려 합니다. 한살림의 되살림운동도 앞으로 더욱 번창하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우와보 요시코 일본 생활클럽연합회 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