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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코로나 이후, 한살림의 미래를 생각한다

2020.07.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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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호(634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문명적 전환을 강제당하는 지금의 세계

코로나19로 이미 많은 것이 변했고 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전쟁 및 테러 대응을 안보의 기조로 삼았지만 이제는 식량, 건강, 환경, 공동체, 경제, 정치 안보를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국가의 역할은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든 생명들이 인간과 접촉해서 발생했다. 이에 사람들은 지구상의 뭇생명과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에 의존했던 생산량이 인근 국가로 이동하는 반세계화와 지역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을 바꾸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돌리는 ‘리쇼어링’으로 경제흐름이 바뀔 것이 예상된다. 물질적 성장을 위해 비대해진 도시가 위기 상황에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깨닫게 된 만큼 귀농과 귀촌 등 탈도시 현상들이 가속화되고 생태적 생활양식 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별 국가뿐 아니라 전 지구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새로운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강제당하고 있다. 가히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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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중요해진 한살림 정신

코로나19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강제되는 이러한 전환의 깨달음이 한살림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눈 맑은 한살림 선배들은 35년 전부터 이 상황을 예견하며 전환을 주장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살림 정신과 한살림운동의 가치는 명확하게 증명되었고, 한살림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새삼 깨달은 사실은, 세계는 이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수퍼확진자가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보며 한 사람이 주변과 전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인간의 번영은 단순히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과 그 안의 뭇생명들과 함께 이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같은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은 이미 30년 전 〈한살림선언〉을 통해 강조해온 바이다.

〈한살림선언〉에서 한살림은 다른 생명과 조화를 고려하지 않는 인간중심주의에 반대하며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을 강조해왔다. 이들 우주생명을 공경하고 모시고 살리는 문명으로의 전환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이야기 해온 것이다. 동시에 물질적 성장과 경제적 풍요를 통해서는 인류의 위기와 더불어 국가와 계급 간의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과정과 관계를 소중히 하며 협동과 자립, 자급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도 강조해왔다. 그밖에 물질적 풍요를 통한 행복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와 영성적 깨달음과 수양을 통해 인간의 초월적 가치 구현을 강조하며 ‘자기실현을 위한 생활수양활동’을 역설해왔다.
한살림의 과제, 문명을 거스르는 실천으로

한살림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상황에서 사업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전환을 상상하면서 더 깊고 길게 한살림운동의 근본으로 집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의 사회로, 직선이 아니라 순환의 사회로 가야 한다. 탈성장·제로성장 사회에서 행복과 발전을 도모하고, 각자도생이 아닌 협력적 공동체 사회로, 도시집중이 아닌 탈도시 귀농운동이나 농업이 근본이 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물질적 욕망의 확대가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으로 욕구를 이동시키고, 소비의 경제에 머물지 말고 공유경제로 나아가며, 지역공동체와 마을만들기 등의 공동체 운동을 펼쳐야 한다. 세계화를 맹신하지 말고 지역적 자립의 사회로 나아가며, 석유의존적 문명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문명으로 가는 모든 활동들을 조합원 중심으로 다양하게 모색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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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한살림이 있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활동을 집중적으로 제안하고 싶다. 먼저, 농민기본소득운동을 해보면 좋겠다. 코로나19로 러시아나 베트남 등이 곡물수출을 금지한 것에서도 확인했듯, 앞으로도 감염병으로 인해 식량위기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며 자립·자급하는 일에 국가의 사활이 달린 것이다. 자립을 위한 생산기반 마련의 측면에서 농민기본소득운동은 꼭 필요하다. 이번에 전 국민이 경험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사회적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교육이나 서명·청원 운동 등을 통해 농민기본소득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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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그 연장선상에서 귀농운동을 펼쳐야 한다.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도시를 벗어나는 탈도시운동, 우리 식량작급 기반을 늘리는 귀농귀촌운동을 전개하는 일은 앞으로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될 것이다. 부농의 헛꿈을 꾸게 만드는 관변 귀농교육이 아니라 교육과 계몽을 통해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방향을 한살림이 제시하면 어떨까. 지역에서 건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살림 선배 생산자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의 지원과 협력을 받으며 귀농귀촌운동과 농촌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조합원 개개인과 한살림 매장에서 지산지소운동, 로컬푸드운동을 펼치고 한살림이 지역순환사회를 주도하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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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공유경제운동이다. 이제껏 살아온 것처럼 자본과 물질에 의지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사람과 관계에 의존하며 협력과 협동해가는 것밖에 없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마을 내에서 나누고 교환하고 공유하는 선물경제, 호혜경제의 작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매장이라는 공간 자원과 조합원이라는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한 한살림이 소비주의를 뒤집는 이러한 실천에 적극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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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마음살림운동이다. 한살림은 지난 6~7년간 마음살림위원회를 통해 운동과 수련,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를 위해 한살림이 앞서 준비해온 것이다. 한살림의 근본인 생명운동을 마음운동과 결합하여 새로운 행복운동으로 강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 지역에서 마음공부모임을 만들어 명상과 수련을 전개하고 이 모임이 공유운동과 마을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단위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안사회운동, 전환운동을 위해서는 한살림이 목표와 방향을 정해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조합원의 자발적인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혜로운 조합원 개개인이 전환을 위한 대안적 실험과 창조적인 모험을 펼치고, 개별 실천을 통해 검증된 결과가 한살림 전체로 확장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환을 위한 메시지이며, 다가올 기후변화를 위해 대비하라는 경고임을 환기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변화를 예측하기’보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한살림은 지금의 상황을 이미 경고해왔고, 준비해온 예언적 목소리였다. 이제 한살림이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장, 전 한살림 마음살림위원

글을 쓴 유정길은 1990년 정토회 에코붓다에서 공동대표를 역임했습니다. 불교환경연대에서 불교운동과 환경운동을, 아프간에서 국제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 남북문제를, 귀농운동본부와 국민농업포럼에서 농민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한살림선언에 깊이 공감하며 고양시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한 협동조합운동을 펼치고, 한살림모심과살림연구소와 한살림연수원 마음살림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함께해온 조합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