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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바다를 건너 필리핀에서 만난 한살림 생산공동체

2020.01.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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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호(628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한살림은 ‘호혜를 위한 아시아민중기금’의 회원단체로서, 2009년 첫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민중기금은 민중교역(공정무역)을 기반으로 제3세계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호혜적 금융사업을 만들기 위해 창립된 기금단체입니다. 한살림은 아시아민중기금 회원단체인 알터트레이드로부터 2016년 마스코바도를 수입하며 민중교역을 시작했고, 마스코바도 생산지인 필리핀을 직접 방문해 연대하는 교류연수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진행한 한살림 국제민중연대교류 후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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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네그로스, 사탕수수의 땅

도심을 벗어나니 광활한 사탕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필리핀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네그로스에는 현지 농민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300년이 넘는 스페인의 식민지배 기간 동안 원래 열대우림 섬이었던 네그로스에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시작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수의 대주주가 토지의 80%를 독점했고, 농민들은 몇 대를 이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해도 자신의 땅을 갖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 국제 설탕가격 폭락으로 사탕수수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던 44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네그로스 섬은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NGO의 구호 활동과 일본 생협을 통한 마스코바도 민중교역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주주와의 투쟁으로 큰 희생을 치러야 했던 필리핀 농민들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땅을 되찾고자 했고, 그 노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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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를 살리는 유기농 사탕수수

마스코바도는 우리나라의 조청처럼 필리핀 전통의 비정제당입니다. 화학적 정제가 필요한 설탕과 달리, 사탕수수액을 착즙해 끓인 뒤 저어주면 그대로 마스코바도가 됩니다. 네그로스 사탕수수의 95% 이상이 농약을 뿌려 생산하는 설탕용 관행 사탕수수인 것에 반해, 마스코바도에 사용되는 사탕수수는 유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마스코바도를 수출·판매하고, 필리핀 농민을 지원하는 알터트레이드의 노르마 무가르 이사장은 “네그로스에서는 알터트레이드와 함께하는 생산자들만이 유기농으로 사탕수수 농사를 짓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로써, 민중교역의 목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살리는 한살림운동의 지향과 같다”며 물품을 통한 교류와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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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자립을 지원하는 한살림 설탕기금

한살림은 알터트레이드 재단과 함께 필리핀 사탕수수생산공동체 두 곳을 지원하는 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스코바도 1kg당 100원씩 적립해 현지 생산공동체의 자립 기반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사탕수수 외에는 농작물이 풍족하지 않은 필리핀의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생산자들은 돼지와 닭을 기르고,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가꿉니다.
닭이 한 해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하는 생산자의 이야기에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희망이 묻어 났습니다. 마스코바도는 단순한 물품이 아닌, 생산자 소비자의 관계로 서로의 삶을 돌보고 살리는 교류의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살림과의 민중교류는 필리핀 지방정부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져 식수, 도로 등 지역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사탕수수라는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필리핀 생산자의 얼굴은 한살림 생산자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경을 넘어선 한살림운동은 벌써 조금씩 서로의 삶에 스며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