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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쓸데어시 공항짓지마랑

2019.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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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2월호(627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통오름, 모구리오름, 유건에오름, 신방굴, 모남굴, 서궁굴, 저어새, 물수리, 황조롱이…. 제주다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연의 이름들이다. 하지만 제주의 바람만큼이나 거센 개발의 바람 앞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150만여 평의 광대한 부지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 계획되면서다.
이를 두고 제주는 지금 현 제주공항의 포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이들과 자연환경훼손, 과잉관광으로 인한 쓰레기와 상하수도 문제, 공군기지화 우려 등을 들어 반대하는 이들 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첨예한 갈등 속에서 한살림제주는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제주를 제주다운 모습으로 지키고자 투쟁하는 지역주민, 시민단체와 함께 국토부와 제주도를 향해 목놓아 외치고 있다. “쓸데어시 공항짓지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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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지역살림의 마음을 모아

제주도청 앞 가로변에는 간절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고 인도에서는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내건 이들이 연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 살림의 현장에서 김수오, 박미영, 이영웅 한살림제주 조합원을 만났다.

“제2공항을 짓는 150만 평 대부분 농사짓는 땅이에요. 농업 기반을 콘크리트로 밀어 버리겠다는 건데, 이는 한살림 생산 기반이기도 해요. 오름과 바다, 동굴과 철새, 돌담과 감귤나무까지. 우리가 사랑한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내기 위해 한살림제주도 동참했죠.”

오늘의 제주를 있게 한 자연을 버리고 오랜 세월 그 땅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을 외면한 채 수조 원의 세금을 들여 기어코 공항을 하나 더 짓겠다는 국토부와 제주도. 김수오 조합원은 그 행태가 특정 자본집단 과 연결된 부패한 권력이 강행했던 ‘4대강 사업’과 닮았다고 말한다. 그 뼈아픈 경험이 있기에 사람들은 제2공항 사업에 더욱 공분하고 있다. 단순히 개발을 막는 문제를 넘어 제주가 품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므로 한살림제주도 함께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이끈 건 한살림 모든 활동의 시작이 그러하듯 조합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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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모임, 소모임 등 기초조직 단위에서 먼저 나서서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올해 2월 총회에서 한살림 제주의 의제로 결정하고, ‘쓸데어시공항짓지마랑(이하 공항마랑팀)’ 모임을 통해 다양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어요.”

공항마랑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박미영 조합원은 활동에 있어 한살림다운 방식을 고민한다. 이에 기초조직을 다니면서 간담회를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하거나 한살림 물품을 비치해 먹을거리를 챙긴다. 또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장터나 합창 등 시민문화제 형식의 행사들도 진행한다.

“올해 봄부터 여러 차례 오름 탐방을 했는데, 11월에는 대수산봉, 동검은이오름에 다녀왔어요. 오름을 오르면서 제2공항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눈으로 직접 보는 거죠.”

제주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동산들이 많은데, 제주어로 ‘오름’이라 부른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기생화산임에도 제2공항이 들어서면 항공기 안전고도를 위해 깎여나갈 수 있다고. 한살림은 ‘성난오름투어’ 활동을 통해 반대 이유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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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수년전엔 도민들 사이에서도 제2공항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국토부가 진행한 타당성 연구 용역 결과, 성산읍 일대를 최적 후보지로 제시하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에서 부실한 연구와 결과 조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세계적인 용역업체의 연구보고서에도 현 제주공항의 시설과 관제시스템을 개선하면 예상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굳이 제2공항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예정 부지는13km 이내에 하도리철새도래지, 성산·남원철새도래지 등이 있고, 용암동굴, 수상동굴도 많아 생태 보전적 가치가 큰 지역이에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이 있어 다른 입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요. 공군기지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어 도민의 우려가 클 수밖에요.”

국토부는 기본 고시 계획을 수립하고 마지막 관문인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영웅 조합원은 맹목적인 개발주의로 사업을 밀어붙이기보다 잠시 멈추고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도민공론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살림제주도 함께하는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에서는 국토부의 기본 고시 계획을 막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제2공항 사업은 결국 공항을 더 지어서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주에 더 많은 관광객이 필요할까.

“지금 관광객이 1,600만 명이 와요. 하와이가 860만 명인데 말이죠. 10여 년 사이에 3배나 늘면서 대규모 중국 자본이 제주를 잠식하고, 쓰레기는 10만 톤 가까이 쌓였고, 하수처리 되지 못한 오폐수가 바다로 쏟아져 똥물 이야기까지 나오고, 주차 공간은 부족하고. 환경수용력을 초과한 관광 수요로 주민들의 삶까지 위협받고 있어요. 제주에서 빗물이 지하수로 들어가는 통로인 ‘숨골’도 건물과 도로로 인해 점점 막히고 있어요. 물이 없으면 제주는 죽음의 섬이 되고 말아요. 이런데도 더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한 공항이 또 하나 필요할까요.”
제주의 바다가, 산이, 돌이 어디 제주도민들만의 것일까. 그리고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것일까. 제주다운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일터. “제주섬에 2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는 그들의 절박한 외침과 간곡한 당부가 전국 한살림조합원에게 가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