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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세상의 밥이 되는 한살림

2019.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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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2월호(627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한살림의 정신은 '밥의 정신'

한살림은 밥을 함께 먹는 일에서 시작됐습니다. 농부들은 논일, 밭일을 하며 새참과 끼니를 함께 먹고 소비자들을 불러 들밥을 같이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농부들을 도시로 초대하여 손수 마련한 밥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원주를 찾은 손님들에게 “식사를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것이 바로 한살림”이라고 하신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밥은 나누고 함께할 때 비로소 밥다워집니다. 밥을 함께 먹어야 단단한 관계가 됩니다. 자연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밥을 함께 나누는 지극히 당연한 일, 한살림은 지금껏 그것을 실현해왔습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은 한살림의 정신을 ‘밥의 정신’이라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만물이 저마다 누군가의 밥이 되어야 돌아가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인 만큼 모든 존재가 모든 존재에게 밥이 되어 순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살림의 지난 33년은 ‘밥의 정신’을 실현해온 역사였습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며 서로의 밥이 되었고 친환경유기농업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자연의 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밥이 되었기에 한살림은 경쟁과 성장의 논리에서 급속히 쇠락해가던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버팀목이 될 수 있었고, 불신과 독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신뢰로 생명의 먹거리를 나누는 방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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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품고 세상을 품는 밥상

이제 한살림은 ‘밥의 정신’을 더 크게 펼치려고 합니다. 지금 세계는 한살림이 시작했던 때보다 생명위기가 더 심화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생명 전체의 파국을 예고하고 고령화 양극화라는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무연사회를 향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생명위기는 고스란히 ‘밥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밥을 함께 먹으며 아이를 함께 기르던 가족과 공동체는 해체되고 있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안전망으로 작동하던 사회의 관계망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밥을 함께 먹는 풍경이 사라지는 이때, 한살림은 다시 밥을 함께 먹는 일로부터 출발하려고 합니다. 땅과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유기농산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차린 밥상에 먹거리와 관계의 빈곤에 허덕이는 이웃들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조합원들이 함께 커다란 동네밥상을 차려 이웃과 나누고, 공공급식이나 학교급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한살림 울타리에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생명의 먹거리를 전달하며, 먹거리 공공성 확장에 힘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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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되어주는 관계

신학자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인 현경 선생은 한살림 30주년 기념 대화마당에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우리들의 ‘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며 “병들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먹이고, 치유하고 또다시 일어나게 하는 살림의 힘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멸종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생명 절멸의 위기를 헤쳐나갈 길은 ‘기꺼이 다른 존재의 밥이 되고자 하는 살림의 힘’에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우정과 환대를 나누는 한살림 밥상을 걸게 차려 세상에 ‘살림’의 옹골찬 힘을 펼쳐볼까 하니 함께 동참해 주십시오.

글 윤형근 한살림연합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