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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태풍 피해를 입은 제주지역 생산지 탐방

2019.1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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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626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일곱 번째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한살림연합농산물위원회에서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구좌 지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밭이었다는 생산자님의 설명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새로 작물을 심으려고 정리해 놓은 곳인가 싶어 여쭤보니 지금 상황에는 어떤 것도 심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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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제법 자란 당근밭을 보고 여긴 괜찮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당근 뿌리는 흙 밖으로 나와 썩어가고 잎은 해풍의 소금기에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오든 안 오든 이 밭은 더 이상 작물을 키울 수 없다는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구좌 지역은 기존에 특별히 알려진 작물이 없던 곳입니다. 다행히도 당근이 구좌에서 잘 자라고 맛도 좋아 인기가 높아지며 희망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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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초록 잎이 있는 밭을 보고 여긴 괜찮구나 싶어 가까이 가서 보니 거뭇거뭇하게 뿌리와 잎이 썩어가고 있는 브로콜리였습니다. 밭 가까이 갈수록 썩은 냄새도 났습니다. 작은 잎이 몇 개 보이는 새로 파종한 밭도 다가오는 태풍 미탁이 지나가면 앞의 밭처럼 될 것이라는 설명에 위로할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한림 지역 감귤 생산지에도 껍질이 터져 속이 드러난 열매, 열상 입은 열매, 태풍으로 상처 입은 열매 등 출하하기 힘들어 보이는 귤이 많았습니다. 떨어지고 터진 귤들을 보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생산지에선 10월 출하할 조생종의 당도가 충분하지 못할까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밖에도 후숙 과일인 참다래 생산자분들과 경축순환을 실천하는 한울공동체 분들도 뵈었습니다. 피해 상황이 심각해 마음은 먹먹했지만, 모든 생산자님들이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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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님들은 제주의 태풍은 늘 있는 거라 놀랍지 않고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처럼 스콜과 같은 집중호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럽다며 답답해했습니다.
이제 이상기후는 도시보다 농촌에 더 크고 위협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태풍과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은 모든 생산자님들 기운 내시길 기원합니다.

김보영 한살림서울 농산물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