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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살림의 창]포장의 본질을 함께 고민하는 한살림과 조합원

2019.08.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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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의 포장개발팀에 입사해 30년째 식품포장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관련 문제를 주제로 한살림에 교육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2019년 1월부터 한살림물품의 포장 컨설팅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살림물품의 포장합리화 측면에서 포장개선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번 포장 담당 실무자들을 만나 자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포장의 환경성 문제를 자주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국내 식품대기업 포장개발팀에 근무하는 동료 포장기술사를 만났는데, 해당 기업에서도 요즘은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을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고시된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세부기준’이나 ‘자원순환법’ 등 잇따른 제도 정비로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로의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살림도 친환경 포장에 대한 조합원의 높은 관심과 정부 정책에 맞추어 최소한‘재활용이 우수한 포장재 재질·구조’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살림의 특성상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빠른 변화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살림은 상시적으로 2,000종이 넘는 물품을 취급하고 있고 그만큼 포장 형태도 다양합니다. 3,000명이 넘는 생산자가 자신이 지닌 설비로 물품을 포장하기에 같은 물품군임에도 포장 방식이나 재질 등이 여러 종류일 때도 많습니다.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일원화되어 있거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생산자들을 쉽게 배제하는 대기업에서라면 일사분란하게 이뤄질 변화가 한살림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개선 노력과는 별개로 불가피한 현실을 조합원들이 조금은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물품 포장을 계속 개선, 개발해야 하지만 그것의 초점을 환경성에만 맞출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포장에서 중요한 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보존성), 심미적으로 아름답고(상품성), 필요한 정보를 담아야 합니다(정보성). 생산자의 작업효율은 높고(생산성), 소비자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편의성). 너무 비싸도 곤란하지만(경제성), 환경에 끼치는 피해는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환경성).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다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경제성을 위해 저렴한 포장재를 쓸 경우 물품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되고, 최대한 예쁘게 만들기 위해 과대포장을 하다가 결국 환경에 해를 끼치게 되는 식입니다. 포장을 새롭게 개선·개발하는 과정에서 환경성만 부각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30년의 경험을 토대로 저는 포장의 핵심이 물품의 보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자가 정성스럽게 농사짓고, 무분별한 첨가물을 넣지 않은 좋은 먹을거리라도 특성에 걸맞은 포장을 하지 않으면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 채로 조합원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과 친환경 포장으로 생각되는 종이라고 항상 좋고 플라스틱과 비닐은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의견, 또는 아예 포장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그대로 적용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포장기술사로서는 보전성을 중심으로 하되 환경성, 편의성, 생산성 등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물품에 가장 적합한 포장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 조합원들은 정부와 기업들이 포장의 환경성에 주목하기 훨씬 전부터 유리병과 종이상자를 재사용해 온 이들입니다. 한살림 또한 포장의 인쇄도수를 줄이고, 최대한 간결한 포장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한살림과 조합원이 그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 몸과 지구 환경에 더욱 나은 포장을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을 쓴 이한영님은 (사)한국포장기술사회 회장이자 식품포장 전문가로서 국내 많은 식품기업에서 컨설팅 및 패키지마케팅을 해왔습니다. 현재 친환경 포장 관련 용역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포장기술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