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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산딸기 농사의 수고로움이 보람과 자부심으로

2019.04.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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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농사 16년차인 차주철·김순희 생산자 부부. 그 정도면 산딸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시겠다 했더니 차주철 생산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농사는 전문가가 없어요. 기계는 정해진 방법대로 만들 면 똑같지만, 농사는 그렇지 않아. 똑같이 하는데도 잘 될 때가 있고, 열매가 없을 때도 있어요.” 차주철·김순희 생산자 부부는 부산에서 건축 관련 사업을 하다 어려워져 김해로 왔다. 이곳에서 같이 살자는 지역 주민의 권유에 축사나 조립식 건물을 지으며 지냈지만, 돈을 떼이기도 하고 제때 못 받기도 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주변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농사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산딸기 농사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산딸기를 심었어요. 병이 온지도 몰라 첫해 농사는 완전히 망했죠. 그리고 나서야 친환경자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완전히 농사를 망치고도 농약을 처음부터 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직접 먹어봐야 맛있는 나무, 그렇지 않은 나무를 알 수 있는데 내가 먹는 산딸기에 그런 약을 칠 수 없었다고 한다. 친환경자재라도 병이 오지 않으면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EM효소로 직접 만든 액비를 한 달에 세 번 정도 주는 게 전부다. “우리 손자들은 여기 오자마자 빨간 열매를 보고 뛰어가서 따먹어요.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약을 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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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한살림 농사

김해에서 키우는 산딸기는 ‘왕딸기’라는 품종이다. 열 매가 단단하고 병해에 비교적 강하며 무엇보다 김해 에서 잘 자란다. 산딸기는 모종을 한 번 심고 계속 관 리를 해주면 매년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보통 하우스 에서 자란 산딸기는 4월 초부터 5월까지 열매를 수확 한다. 6월에는 열매가 맺혔던 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뿌리에서 다시 가지를 키운다. 가을이 되면 잎이 지 고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한살림 산딸기는 하우스 위에 이불을 덮어 온도를 맞춘다. 가지에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1월을 지나, 3월 초에 꿀벌이 수정을 하면 40일 뒤에 그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열 린다.

“산에서 저혼자 잘 자라는 산딸기이니 사람들은 농사 도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산딸기는 쉬는 때가 없이 1년 열두 달을 계속 돌봐줘야 해요. 그러다 병이라도 한 번 돌면 한 해 농사를 다 망치고, 인건비도 못 건질 때가 있어요. 산딸기가 예쁘고 농사도 재밌는데, 가끔 나무가 잘못되면 그게 몇 년씩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니 쉽지 않아요.”
유난히 덥고 추웠던 작년에는 하우스 안임에도 나무 몇 그루가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다시 새로 나무를 심어도 뿌리가 튼튼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요즘 같은 수확철에는 산딸기 수확을 하루도 쉴 수 없다. 때를 놓치면 하루만 지나도 불그스름하게 푹 익어버려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잘 익은 산딸기를 매일매일 수확해서 한살림 물류센터로 바로 올려 보낸다.

하우스 곳곳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보일러가 비닐 로 덮여 있었다.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 전에는 추운 겨울이 되면 보일러로 하우스 내부 온도를 높였다. 이제는 화석연료로 온도를 높이는 대신 하우스 전체에 두꺼운 이불을 덮어 산딸기 나무를 돌본다. 같은 환경이라도 한살림 생산자가 되면서 조금 다른 농사법으로 산딸기를 재배한다. 그렇게 한살림에 산딸기를 공 급한 건 올해로 3년째.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이제 유기 인증으로 전환 중이다. 16년 농사 중 3년에 불과한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농사는 무엇이 다를까. “농협이나 경매장에 낼 때는 약을 치나 안 치나 가격 이 거의 똑같아요. 주변에서는 힘들게 왜 그런 짓을 하냐고 해요. 그런데 한살림은 직접 풀 베고, 화학농약 안 쓴 내 노력과 수고를 인정해 주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노력해서 정성껏 농사지은 산딸기를 한 살림 조합원들이 알아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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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힘이 되는 한살림 생산자들

차주철·김순희 생산자는 한살림경남 너나들이모임 소속이다. 김해, 밀양, 진해, 마산 등에 있는 생산자들이 모이는 모임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 같아요. 농사 짓는 것도 서로 조언해주고, 말도 통하고. 가족 같아요. 서로 허물없이 지내니 분위기도 좋고요.”

한살림 생산자가 된 뒤로 교육도 회의도 부쩍 많아졌다. 요즘처럼 산딸기 수확으로 바쁜 날에는 참석이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때는 시간을 내서 함께한다. 예전에는 내 산딸기를 누가 어떻게 먹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떤 마트에서 팔렸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한살림에 공급하는 산딸기는 전국 어느 한 살림매장에 들어가고, 어떤 조합원이 이용하는지 알 수 있다. 먹고 맛있다며 직접 연락을 해오는 조합원을 보며 생산과 소비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한살림 농사의 첫 발을 내딛고 3년째 걸어온 길, 앞으로도 이 농사가 차주철·김순희 생산자에게 큰 보람과 자부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한살림 생산 자로 한살림 조합원을 만나며 한살림 농사를 오래오래 지어갔으면. 매년 봄이 되면 잘 익은 산딸기를 먹으며 그이들의 보람과 자부심을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