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나 봄의 기운을 나누는 3월, 한살림과 함께 두 팔 걷어붙이고 묵은 것을 비워내는 대청소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한 해를 시작하는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질 거예요. 버리는 대신 나누는, 편리함 대신 생명을 살리는 청소를 실천하는 한살림 조합원부터 만나봅니다.
아이와 함께 놀이처럼
이맘때 누구나 그러하듯 한살림수원 김병수 조합원도 봄맞이 대청소로 분주하다. 손수 친환경세제를 만들어 쓰니 번거롭기도 할 텐데,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창틀 사이에 새까맣게 낀 먼지를 닦다 보면 마음속에 쌓아둔 묵은 감정들까지 씻어내는 기분이에요. 어찌나 개운한지.” 집안 곳곳에 묵은 때를 털어내는 대청소를 해야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되도록 아이와 함께 청소해요. 단 아이들 방식을 존중하죠.” 책상 위에 연필을 두는 위치도, 장난감을 정리하는 방법도 아이들 나름의 규칙이 있더란다. 그래서 자신의 공간을 자신의 방법으로 청소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는다.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기보다는 ‘우리딸 진짜 멋있다’고 칭찬하면서 재밌게 하려고 해요. 마치 놀이처럼요.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면 좋잖아요!” 그의 청소 시간이 시끌벅적한 이유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청소
그에게 청소란,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숙제 같았다. 그랬던 청소가 기분 좋아진 건 ‘친환경 청소’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화학세제를 당연하게 사용했어요. 자극적이니까 청소가 더 하기 싫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청소 시간이 더 이상 싫지 않아요. 저한테는 굉장히 큰 변화예요.”
그가 화학세제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락스로 화장실 청소를 하면 아이가 들어갔을 때 그 성분이 코로도 들어가고 피부에 닿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몸에 축적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더라고요.” 아이한테 좋은 걸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자연에게도 좋은 친환경 청소를 실천하게 됐다는 그의 청소법을 들어봤다.
김병수 조합원의 청소법 엿보기
“안 입는 옷은 깨끗이 빨아 한살림 매장에 갖다 주거나 양이 많으면 택배 보내요. 매년 이맘때 하니까 미리 챙겨둬요. 버리는 대신 파키스탄 아이들을 도울 수 있으니 참 좋아요.”
“안 읽는 책들은 한살림 벼룩시장이나 아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나눔행사에 기증해요. 아이가 직접 정리하면서 읽을 책, 안읽을 책을 스스로 구분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나누는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다용도미생물과 물을 1:100 비율로 섞어 싱크대, 화장실 등에 흘려보내요. 하천을 정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구청, 동사무소 등에 빈 통을 가져가면 EM(유용미생물)용액을 무료로 나눠줘요.”
“큰 대야에 장난감을 담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같은 비율로 넣어줘요. 1시간 정도 담가 뒀다가 헹군 후 말리면 아이가 물고 빨아도 안심할 수 있어요.샤워기도 같은 방법으로 세척해요.”
“베이킹소다를 푼 물을 분무기에 담고 신문지에 뿌려 방충망에 붙이거나 창틀에 끼워요. 30분 정도 뒤에 신문지를 걷어내면 더러운 때와 먼지가 함께 묻어나와요. 남은 얼룩은 물걸레로 마무리해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