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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GM감자 수입, 현실이 되다

2019.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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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GM감자 수입 승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안전성 심사 과정에서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실한 표시제, 안전성, 유전자 오염 문제 등을 제기하며 승인에 반대하고 있다.
GM감자는 미국 심플로트社가 2016년 2월 식약처에 승인을 요청한 품종(SPS-E12)으로 튀길 때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와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검은 반점을 감소시킨 유전자조작작물이다. 현재 이 감자에 대한 안전성, 환경위해성 등의 심사 및 수입 승인 절차는 모두 끝났으며 정부는 업체의 사정을 고려해 2019년 2월에 공표할 예정이다.

심플로트코리아는 국내에서 냉동 프렌치프라이, 감자칩과 같은 성형감자를 판매하고 있는데, GM감자가 수입된다면 당장은 이와 유사한 형태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수입을 승인한 일부 국가들은 생감자의 수입도 허용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생감자 형태로 수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여기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크릴아마이드의 양이 줄었다면 건강에는 오히려 좋지 않을까? 2014년에 미국에서 재배 및 판매를 허가받았을 당시 이 업체는 GM감자가 일반 감자에 비해 아크릴아마이드의 양이 50~70% 더 낮아 건강상의 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식품에 포함돼 있는 아크릴아마이드의 양과 암 발생의 연관성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를 튀기거나 커피를 볶을 때처럼 고온에서 만들어진다. 동물실험에서는 발암물질로 확인되었지만 식품으로 섭취할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게다가 식품업체들은 가공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감자칩이나 감자튀김에서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의 양이 70%나 감소했다. 굳이 GM감자를 수입 하지 않더라도 그 섭취는 줄일 수 있다.

감자의 검은 반점 감소와 관련해서도 안전성 우려가 제기 되었다. 식약처 심사가 끝났을 무렵, 이 감자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공익제보자가 등장했다. 카이어스 로멘스(Caius Rommens) 박사는 『판도라의 감자-최악의 GMO』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후회하며 GM감자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로멘스 박사는 몬산토에 재직하다 심플로트로 옮겨 GM감자를 직접 개발했던 과학자로, 지난 25년 동안 GM감자와 관련된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주장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수입이 예정된 GM감자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다른 종류의 GM작물과 달리 외부의 특정 유전자를 삽입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일부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한 결과물이다. 감자 껍질을 벗긴 후 나타나는 검은 반점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PPO(polyphenol oxidase)의 발현을 억제하여 만들었다. 로멘스 박사에 따르면 감자의 PPO를 억제하면 독성 물질이 증가하거나 소비자들이 감자의 감염 여부를 모른 채 섭취 할 수 있다.

우선 일반 감자에 비해 알파 아미노아디페이트(Alpha-aminoadipate)의 양이 크게 증가한다. 이 물질은 신경독소로 알츠하이머, 당뇨, 암과 관련이 있다. 다음으로 티라민(Tyramine)이 증가하는데 이 물질을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섭취 했을 때는 혈액에 축적돼 고혈압, 심장 마비, 뇌졸중, 신부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세 번째로 차코닌 말로닐(chaconine-malonyl)이 증가하는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지만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감자가 잘 변색이 되지 않아 상하거나 썩은 부분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되는 것도 문제다. 검은 반점 등이 생긴 부분을 도려내고 먹거나 아예 먹지 않는 등 일상에서 피할 수 있었던 감자의 나쁜 곰팡이나 박테리아를 섭취해 결국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로멘스 박사의 주장이다.
GM감자 개발자인 로멘스 박사가 제기한 위험성이 우리나라의 안전성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고려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정부의 심사 체계는 시민사회로부터 불신을 받아왔다. 위원회에는 업체, GMO 개발자들이 주로 참여해왔고 공익적 관점의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회의록도 요약본만 공개하고 있어 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각종 승인 심사는 정부가 직접 실험을 해보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제출한 데이터, 논문, 해외 승인 사례 등을 바탕으로 서류 심사로만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 업체에 불리한 정보는 위원회에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익 위원 참여나 정보 공개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심사 규정에 따르면 30일 이상 일반에 공개하여 의견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이번 GM 감자의 경우에도 한 달 간 의견을 받았으나 단 한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식약처의 편향된 GMO 안전성 심사과정에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은 위원회 결정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심사 과정 전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나아가 시민들의 우려나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승인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김병수 성공회대학교 교수
글을 쓴 김병수님은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과학기술학을 공부했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으로 활동했으며 지은책으로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공저)』, 『한국 생명공학 논쟁』, 『침묵과 열광(공저)』 , 옮긴책으로 『인체시장』, 『시민과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