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테자 FESTEZA 강화경, 이재우, 장덕균
페스테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자작업장학교 출신의 20대 청년 강화경 씨, 이재우 씨, 장덕균 씨가 꾸리고 있는 브라질음악 밴드다.
사실 그들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5년 3월 14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탈핵문화제였다. 사람 많은 신촌거리에서 한살림 등 많은 시민단체가 참여해 부스를 열었지만 거리엔 여전히 꽃샘추위가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딱딱딱 따기다리따르르르딱. 페스테자가 빠른 박자에 다양한 타악기로 퍼레이드를 펼치며 거리를 달궜다. 페스테자는 포르트갈어로 축제를 뜻하는 페스티조 Festijo와 슬픔을 뜻하는 트리스테자 Tristeza를 조합해 만든 이름만큼이나 원전사고의 슬픔, 아스팔트의 차가움을 넘어 거리의 분위기를 뜨겁게 바꿨다.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는 크리킨디센터에서 그들을 만났다.
페스테자는 하자작업장학교가 크리킨디센터(서울시립 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 통합되면서 서울혁신파크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밴드 멤버 중 이재우 씨와 장덕균 씨는 크리킨디센터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고, 강화경 씨는 본인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소속 없이 크리킨디센터의 미장공방 운영을 맡고 있다. 청소년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서로 많은 부분을 도우며 즐거운 노동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공연은 예전부터 함께 손을 맞춰온 청소년·청년들과 함께 15명 정도로 팀을 만들어 나가곤 한다.
현장을 살리는 음악
페스테자는 탈핵문화제처럼 우리 사회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찾아가는 특별한 밴드이다. 탈핵운동,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 장애인 인권운동 등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곳에는 그들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물어보니 4대강 정비사업이 막 시작되었을 때 찾은 낙동강이라고 답을 했다. “무수한 생명이 몰살되는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우린 악기가 있었고, 공사현장 앞에서 공연을 했죠. 그 때 느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신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구나.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거죠. 페스테자라는 이름으로 한 첫 공연이었어요.”
“사대강 공사를 하는 낙동강에서 공연을 하고 나서, 지역 축제 같은 수익성 공연이 아니라도 페스테자를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음악을 하면 음악만 해야 될 것 같고, 음악으로 성공해야 될 것 같고, 다들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전업으로 음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진지하게 필요한 곳에서 음악을 할 수 있어요.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계속 지켜본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우리 사회에 손 뻗어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엄청나게 많을 텐데 실제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적은 걸 생각해보면 페스테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요. 페스테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감대를 가지고 음악을 계속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노들야학
페스테자는 올해 장애인 인권단체이자 장애인 교육단체인 노들야학에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노들야학은 한살림도 매달 쌀을 후원하면서 연대해왔기에 더 관심 가는 곳이다. 한살림은 쌀을 드리고 있다고 하니, 페스테자는 교가를 만들어드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반적인 음악의 기준과는 다르죠. 계획을 세웠는데 그대로 하지 못하고, 매주 새롭게 짜서 이것저것 함께 해봤어요. 저희가 곡을 쓰고,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가사를 쓰고, 다시 맞춰가면서 교가를 함께 만들었어요. 한 한기를 보내면서 사이도 좀 편해졌고, 노래로 노들야학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어요. 틀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아요.”
노동과 음악
“페스테자는 음악으로 자기 삶의 1/3 정도를 가져가고 있어요. 다른 음악인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봐야죠. 오디션 방송프로그램이나 기획사 눈에 띄지 않아도 음악을 하면서 생계를 지속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더라고요. 저희도 노동과 음악을 병행하는 것은 처음이죠. 전에는 직업으로써 노동을 하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지금은 크리킨디센터에서 기획·운영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음악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계속 새롭게 알아가고 경험하고 있어요.”
앞으로 페스테자는?
“아마 동녘이가 저희도 모르게 곡을 만들고 있을 거예요.” 내년에는 백혈병 투병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박동녘씨를 기다리면서 내실을 다지는 게 목표라고. 현재는 크리킨디센터의 청소년·청년들이 참여하는 브라질음악 워크숍과 음반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센터, 대안교육권에 있는 청소년들과 페스테자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한살림과 페스테자, 함께 따로 또 같이
“재우와 동녘이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세요. 저도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고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농사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장덕균 씨는 도시농업이 중요하고, 모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농사를 직접 해보고, 농사가 중요하고 자연과 사람에게 모두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페스테자는 음악을 하고, 한살림은 먹거리를 하지만, 어디서는 계속 만나게 될 거예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을 잘 하길 바라요.”
페스테자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Fato Consumado (기정사실) - Djavan
(유튜브 검색창) 페스테자 한살림
https://youtu.be/9tooBQlm6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