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큰수풀공동체 이달순 생산자와 한살림제주 김성연 조합원
먹을거리, 입을거리, 쓸거리, 심지어는 사람의 노동과 시간까지. 우리 주변의 것들은 대개 사고팔 수 있고, 그에 따른 가격이 매겨집니다. 그리고 그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시장에서 결정되죠. 하지만 무언가의 값어치에는 수요나 공급의 균형이라는 말보다 더 깊은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까요.
농산물은 더욱 그렇습니다. 돕는 일손 하나 구하기 쉽지 않은 곳에서, 매해 급변하는 날씨와 싸우고 농약 대신 손으로 벌레를 잡으며 애써 키워도, 외관상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작물을 수십년씩 묵묵히 키워온 생산자가 낸 물품의 정당한 가격은 과연 얼마일까요.
한살림은 물품과 생산의 값어치에 주목하고 그것을 통해 맺어진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바라봅니다.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에서 사용하는 ‘상품’ 대신 값어치와 쓰임새에 주목한 ‘물품’이라는 말을, 돈을 중심으로 표현한 ‘구매’와 ‘판매’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구입’과 ‘공급’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는 물품 가격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자가 작물을 키우기까지 들어간 생산비와 내년 농사를 지속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고, 급변하는 시장 가격에 좌우되지 않도록 계절별 가격을 사전에 약정하며, 일단 약정된 물량은 책임지고 소비합니다. 본래 의미와 목적에 맞는 가격을 정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