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입을거리, 쓸거리, 심지어는 사람의 노동과 시간까지. 우리 주변의 것들은 대개 사고팔 수 있고, 그에 따른 가격이 매겨집니다. 그리고 그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시장에서 결정되죠. 하지만 무언가의 값어치에는 수요나 공급의 균형이라는 말보다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요.
농산물은 더욱 그렇습니다. 돕는 일손 하나 구하기 쉽지 않은 곳에서, 매해 급변하는 날씨와 싸우고 농약 대신 손으로 벌레를 잡으며 애써 키워도, 외관상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작물을 수십년씩 묵묵히 키워온 생산자가 낸 물품의 정당한 가격은 과연 얼마일까요.
한살림은 물품과 생산의 값어치에 주목하고 그것을 통해 맺어진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바라봅니다.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에서 사용하는 ‘상품’ 대신 값어치와 쓰임새에 주목한 ‘물품’이라는 말을, 돈을 중심으로 표현한 ‘구매’와 ‘판매’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구입’과 ‘공급’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는 물품 가격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자가 작물을 키우기까지 들어간 생산비와 내년 농사를 지속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고, 급변하는 시장 가격에 좌우되지 않도록 계절별 가격을 사전에 약정하며, 일단 약정된 물량은 책임지고 소비합니다. 본래 의미와 목적에 맞는 가격을 정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입니다.
한살림물품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고 이를 위해 한살림은 어떤 품을 들일까요. 한살림물품 가격의 비밀, 지금부터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11월에 빠지지 않는 뉴스가 바로 ‘배추 가격’입니다. 매년 날씨에 따라 작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중 대형마트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추에 마진을 적게 혹은 많이 붙여 팔거나, 때로는 미끼 상품으로 손해를 보고 팔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살림은 어떨까요? 배추를 통해 한살림물품의 가격 구조를 살펴봅니다.
생산안정기금
수해, 태풍 피해 등 생산재해를 입은 한살림 생산자를 돕는 기금입니다. 각 지역 한살림이 물품 공급가격의 0.1%를 적립하고, 생산자는 물품 출하가격의 0.1%를 적립합니다. 피해를 입은 생산자의 실질소득이 평년의 50% 이상 되도록 지원합니다.
가격안정기금
시중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시중 농산물과 한살림물품의 가격 차이가 커지고, 조합원 이용이 줄어 약정된 생산량을 소비하지 못할 우려가 큽니다. 가격안정기금은 물품 가격을 인하하고 조합원 이용을 독려하는 데 사용합니다.
행복기금
칫솔 등 일부 생활용품은 물품 공급가격의 2%를 행복기금으로 적립합니다. 행복기금은 한살림재단에 기부해 쪽방촌 주민 생계 지원, 공익 시민활동에 식사를 지원하는 생명밥차, 친환경 유기농사를 이어갈 후계농·귀농인 지원사업 등에 사용합니다.
※ 생산비의 항목별 금액은 <농촌진흥청 2017 농축산물소득자료집>을 참고해 한살림 생산 현황에 맞게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 운영비와 기금의 항목별 금액은 매년 합의해 정합니다. <2018 제8차 한살림연합 정기총회 자료집>,<2018 제15차 한살림서울생협 정기대의원총회 회의자료>, <2018 제16차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정기대의원총회 회의자료>를 참고해 이해하기 쉽게 근사치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