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매장은 크지 않습니다. 물론 대형 슈퍼마켓 못지않은 크기의 매장도 몇 군데 있지만 대체로 동네 편의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작습니다. 일반 마트와 비교하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는 물품 가짓수에도 4~5층으로 조밀하게 진열되어 있고, 통로 또한 플라스틱 바구니 넓이의 카트가 겨우 하나 지나다닐 만큼 좁습니다. 물품을 비롯한 한살림의 가치를 밀도 깊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장을 보며 아쉬움이 살짝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한살림매장이 한껏 넓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매장 앞 너른 공터에 천막을 치고, 좌판을 벌여 생산자와 조합원, 그리고 실무자와 활동가까지 어우러져 물품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장터가 열릴 때입니다. 매장별로 상황이 달라 장터가 열리는 횟수와 규모는 상이하지만 한살림 식구 모두가 함께 신명나게 벌이는 한바탕 축제라는 점은 같습니다.
10월 13일, 이른 추위가 며칠째 계속되던 쌀쌀한 토요일에 한살림 이매매장과 성남지부 뒷마당에서 가을장터가 열렸습니다. 제가 속한 성남지부에서는 해마다 매장별로 살림장터를 열고 생산자님을 초대하여 물품 홍보 및 판매에 참여토록 하고, 지역 조합원과 주민 누구나 직접 만든 물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여 수익금 10%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해왔습니다. 이번 가을장터는 가을걷이를 지역에 맞게 축소하여 살림장터와 결합한 형태로 지역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수고로웠던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가을장터는 성남지부와 이매매장이 똘똘 뭉쳐 진행했습니다. 매장에선 전 품목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지부에서는 운영위원회와 활동가들이 준비한 부침개며 소떡소떡 등 먹을거리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많이 와주셨고 마을모임, 소모임 모임원도 대부분 함께해주셨습니다. 장이 파한 후에는 성남활동방에서 모든 참여자가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는 교류회도 가졌습니다. 다양한 퀴즈와 게임을 하면서 생산자분들과 더 친숙해졌다는 조합원들도 많았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의 마음을 나누며, 새벽부터 서둘렀을 생산자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갈 길이 먼 생산자님들을 보내드리며 아쉬웠던 마음은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달랬습니다.
가을장터를 마무리하니 올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껴집니다. 내년의 한살림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장터에서 만난, 또 한살림매장에서 만나갈 관계들이 욱 기대됩니다.
양지선 한살림성남용인 성남지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