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料理)는 ‘헤아리다’, ‘세다’ 등의 뜻을 지닌 ‘되질할 요(料)’ 자와 ‘다스리다’, ‘처리하다’ 등의 뜻을 담은 ‘다스릴 리(理)’ 자가 더해져 탄생한 말이다. 풀이해보면 ‘요리하는 일’은 자연 상태의 식재료를 헤아리고 다스려 소화하기 쉽고, 해롭지 않으며, 맛이 좋고, 눈으로도 보기 좋은 먹을거리로 만드는 행위인 셈이다.
생명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한살림이기에, 어렵게 농사짓고 공급한 물품을 먹음직한 먹을거리로 탈바꿈해주는 요리가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다. 한살림에 요리만을 위한 공간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살림요리공간 밥공(이하 밥공)’은 2017년 3월 한살림서울 본부가 광화문에 자리잡을 때, 함께 만들어졌다. 이촌동에 자리 잡고 수년간 한살림의 요리문화를 만들어오던 한살림요리학교가 광화문으로 옮겨오며 케이터링 사업을 겸할 수 있는 요리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밥공은 ‘밥으로 소통하는 공간’의 줄임말이에요. 음식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 요리도 배우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박문휘 팀장의 설명처럼 밥공은 밥을 만드는 주방과 밥과 차를 먹고 마시는 카페, 요리를 배우는 요리교실 등 3개의 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공간의 다양함은 그만큼의 관계를 만들어냈다. 요리교실에서는 정기강좌와 외부단체 요리교육을 통해 한살림 식문화를 알리고 있으며, 주방에서는 한살림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해 행사 케이터링을 한다. 주방에서 매일 준비한 점심밥은 카페에서 한살림 실무자·활동가와 외부 방문자의 배를 든든히 채운다. 운동과 사업, 일상이 요리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운영되는 셈이다.
요리로 할 수 있는 활동반경을 계속 넓혀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은 있다. 한살림 식재료만 이용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정직하게 만든 한살림 식재료를 정성껏 이용하는 것이 건강한 밥상을 넘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하나의 바람을 덧붙이자면 밥공에서 밥을 만들고 나누고 먹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것 정도랄까요?”
‘食日碗萬事知(식일완만사지)’ 한살림 초창기부터 자주 회자되었던 이 말에는 밥 한 그릇에 세상사가 다 들어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조금 비틀어 생각하면 그 밥 한 그릇을 지은 누군가의 품도 세상사를 다 담을 만한 것이라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밥공이 식재료를 넘어 식생활문화, 나아가 한살림운동 전체를 헤아리고 다스리는데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살림 요리공간 이용 안내
여는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음료 주문은 오후 4시까지)
점심 식사 12시 30분~1시 30분, 1인 7,000원, 1식 5찬 자율배식 (외부인 식사 예약 별도 문의)
이용 문의 요리학교 수업 및 케이터링 예약 02)3498-3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