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의 기운을 촉촉하게 머금은 봄비가 대지를 포근하게 적셨던 3월 마지막 날, 충북 음성생산자모임 김하식·윤옥수 생산자 부부를 찾았습니다. 김하식·윤옥수 생산자 부부는 자연과 사람과 닭을 모두 건강하게 기르는 ‘프로’ 농부입니다. 30년 넘게 자연양계방법으로 유정란을 생산해왔고, 한살림생산자가 된 지도 10여 년이 넘었습니다.
한살림 유정란을 생산하는 닭은 70일령 닭을 받아 키우는 시중의 달걀 생산과정과는 다르게 병아리부터 직접 키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부는 건강한 닭이 알도 잘 낳을 것이라 생각하고, 건강한 닭을 기르기 위해 병아리를 키우는 계사부터 먹는 사료까지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병아리 사육상자는 바닥 아래에서 퇴비와 왕겨를 발효시켜 자연적인 열과 습기로 병아리가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병아리 사료는 현미와 촉촉한 대나무잎을 잘게 썰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병아리의 장이 잘 발달돼 어른닭이 되어서도 웬만해서는 탈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진) 경축순환을 만들기 위해 김하식 윤옥수 생산자 부부가 직접 일군 보리밭
한살림이란 협동안에 생산자
“한살림이란 협동안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네요. AI라는 재난을 겪으면서 다시 알게 되었어요.” 부부는 지난 2월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적립한 생산안정기금 1천5십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한살림 가족들이 만든 생산안정기금, 한살림생산자들이 보낸 위로금, 한살림성남용인 조합원들이 모아 보낸 성금으로 5월말에 다시 병아리를 들여올 수 있게 되었다며, 거듭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가슴속이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으로 가득 차 다시 용기가 난다며, AI를 극복하는 부부를 보고 주변 농가나 축산 담당 공무원들이 모두 한살림을 대단하게 바라본다는 말씀도 전했습니다. 이런 한살림이 더욱 더 많이 확대되길 바란다는 말씀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하식 생산자는 ‘이젠 내가 도울 차례’라며, 한살림 유정란 생산자들에게 AI 방역과 대처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농장이 안정화되면 한살림생산자간에 서로 돕는 재난 대비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나서겠다는 생각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매장도 더 많이 찾아뵙고, 농장에도 더 많은 조합원을 초대하고 싶다며, 조합원과 더 많이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더 심각해지면서 생산지 어느 곳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지만, 한살림생산자는 조합원 덕분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자연양계방법
자연양계방법은 닭의 분뇨를 미생물 분해를 거쳐 다시 농작물의 거름으로 돌리는 ‘경축순환(耕畜循環)농법’입니다. 왕겨나 지푸라기를 넣어 깔짚으로 사용합니다. 왕겨와 닭똥이 섞이고 발효(부숙腐熟)되면 부슬부슬한 상태가 되며, 케이지형 일반 양계장과는 달리 냄새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부슬부슬한 계사 바닥은 기상조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닭들이 모래목욕을 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봄·가을에 노계를 빼내고 계사 바닥의 묵은 깔짚을 걷어냅니다. 걷어낸 깔짚은 좋은 거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