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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박찬일 한살림서울 조합원

2018.07.21 (토)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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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요리사’, 그의 유명세에 붙은 별칭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 별칭이 싫다고 한다. 본인의 정체성은 요리사이고 요리사로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는데, 글 쓰는 요리사란 별칭은 요리를 썩 잘 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그는 잡지사 기자였다. 기자생활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음식이 주는 아련함과 따스함을 찾아 이탈리아로 요리 공부를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요리사가 되었고, 어느새 19년이 지났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그는 뜬금없이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의 말을 전했다. 먹는 것을 좋아했고, 음식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결국 요리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책 제목처럼 정성어린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추억의 장면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에게 음식은 단순히 맛과 영양을 전달하는 물질이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도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도 먹는일이 주는 위로 같은 게 있거든요.” 그에게 음식이란 군대시절의 초코파이처럼, 가난한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었던 잔치국수처럼 가장 결핍되었던 시간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인
생을 풍부하게 해주는 필름이었다.
함께 먹는다, 같은 걸 먹는다 “밥을 나눠 먹는 다는 건 공동운명체를 말하는 거죠.” 그는 ‘친구’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꼼빠냐(compa`gna)’를 소개했다. 친구는 ‘com’ 함께 ‘pane’ 빵을 먹는 사이라는 것이다. 평양음식인 어복쟁반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복쟁반은 큰 그릇에 소의 여러 부위 고기를 채소와 함께 육수를 자작하게 넣고 끓여 여럿이 함께 먹는다. 평양 상인들이 시장에서 흥정을 하다가 모여서 함께 끓여 먹었다고 한다. 상인들은 함께 어복쟁반을 먹으면서 서로 경계와 오해를 풀고 식구처럼 신뢰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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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 콩나물국밥 먹으려고 고급 수입차 끌고 와서 줄서요. 흥미롭죠.” 그는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도 매일 먹는 밥은 김치찌개, 해장국처럼 일상적인 것을 먹는다는 음식의 사회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수와 진보처럼 사회·경제·정치·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음식만은 같은 것을 먹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부자들이 파스타, 라자냐 먹듯이 이는 전세계 공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제철, 가까이, 느리게
그가 예전부터 가장 강조해온 것은 바로 ‘제철’이다. 식재료가 가장 맛있을 때, 영양이 가장 풍부할 때 최소한으로 조리해 재료의 맛을 살려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요리라는 것이다. 요리사로서 직업의식 때문이었을까? 대부분 질문에 시원시원 답하던 그가 2월 제철 식재료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뜸을 들였다. 그는 남해안 굴과 노지에서 자란 냉이를 추천했다. 대부분 1년생으로 출하하는 굴은 가을부터 먹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살과 풍미가 더 올라 2월부터 봄까지 가장 맛있다고 한다. 2월은 아직 겨울이지만 냉이가 추위를 이기고 노지에서 파릇파릇 생명을 틔우며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다. 그는 향긋한 노지 냉이가 있어 봄이 더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2000년대 초반, 가까운 먹을거리(로컬푸드, Local food), 느린 먹을거리(슬로푸드, Slow food)는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이었다. 지금처럼 사회적인 공감을 얻게 될 줄 알았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늦었지만 이미 세계적인 추세였다는 것이다. 또한 한살림이 지향해온 가치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우리 사회가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수입산 유기농 식품은 유기농이 아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수입산 유기농보다는 차라리 국산 관행농산물이 낫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유기농업은 자연생태를 살려내는 농업 시스템 전체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는 식품 대기업이 소비유행에 따라 수입해 유통하는 유기농산물·가공식품은 국내에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해 키운 것보다 유기농업의 철학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외국의 돈 많은 종자회사, 농약회사들이 유기농 안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외국에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키웠다고 해도 대자본을 투입해 대단위 농장에서 단일작물로 키워져 오랜 시간동안 화석연료를 태워 운송해온 식품이 자연생태와 지구에 좋을 리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참여해야 한살림
“한살림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세요. 한살림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들어주고요.” 그는 한살림 조합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냐는 마지막 질문에 한살림과 소통하고, 한살림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전해왔다. 그의 말을 빌려, 조합원이 적극 참여해야 한살림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고, 매장의 포스터, 공급상자에 들어있는 소식지에도 눈길 한 번 더 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찬일 조합원이 추천하는 한살림물품
ㆍ젓갈류 원초적인 맛이 좋아요.
ㆍ곡물·채소 가루류 품질도 가격도 훌륭해요.
ㆍ깐마늘 향이 강해서 반만 넣어도 돼요.
ㆍ소고기·돼지고기 냉동인데 냄새가 안 나요. 기르는 시간 동안 사육환경이 고기 맛에 축적되죠

글 박근모 편집부 사진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