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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살림이야기

이순상 충남 아산연합회 송악지회 새송이버섯 생산자

2018.07.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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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상 생산자는 아산연합회 송악지회에 속해있는 새송이버섯 생산자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생산지 '리머쉬'는 한살림의 새송이버섯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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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은 경계에 서 있다. 모양새는 식물에 가깝지만 광합성을 못 하고, 동물처럼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식물보다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동물보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채소처럼 조리하지만, 가만히 씹다 보면 고기 맛이 난다. 동물과 식물의 경계에서 양쪽의 특징을 두루 지닌 존재가 바로 버섯이다.
마치 버섯 같다. 이순상 생산자와 함께 새송이버섯 생산지를 둘러보며 받은 느낌이다. 1차 농산물인데 키우는 방식이 마치 공산품을 찍어내는 것 같았다. 배지를 담은 병이 층층이 설치된 철제 선반 위에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그랬고, 배양된 액체 종균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배지에 접종하는 장면이 그랬다. 가뭄, 폭우 등 자연의 변화에 조응하지 않고 통제된 환경에서 생산하는 것을 과연 농산물이라 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생명의 움틈이, 그것을 위한 생산자의 수고로움이 보였다. 종균을 접종한 병 속에서 균사가 포슬포슬 영그는 모습이, 작은 버섯이 올라오기 시작한 병을 들고 진중한 손놀림으로 버섯을 솎아내는 생산자의 얼굴이 두 눈 가득 들어왔다.
“공장같이 생겼죠? 국내 버섯시장은 거의 산업화되어있어요. 관행으로 하는 분들을 보면 저보다 서너 배 이상 큰 곳이 수두룩하죠. 버섯 가격이 계속 떨어져서 크게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거든요.” 그가 하루에 출하하는 새송이버섯은 약 800kg. 그중 1/3만 한살림에 내는데도 한살림 새송이버섯을 홀로 감당할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큰 규모가 아니라고 하니 버섯시장이 얼마나 규모화·산업화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순상 생산자가 새송이버섯 농사를 시작한 2004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전에는 자동차 정비공장을 했었어요. 아버지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하던 것이었는데 몸에 안 맞는 옷처럼 불편했죠. 그러다 찾은 게 새송이버섯이에요. 그때만 해도 키우는 곳이 많지 않고, 값도 꽤 나가서 이거다 싶었죠.” 2000년대 초 인기를 끌기 시작한 새송이버섯은 가격도 높아서 유망한 고소득작물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규모화되기 시작하며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가격폭락은 다시 새송이버섯의 산업화로 이어졌다.
한살림이 있어 다행입니다
“새송이버섯을 시작한 지 15년 가까이 되는데 버섯가격은 그때보다도 못해요. 그래도 한살림에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이순상 생산자는 2007년부터 한살림에 새송이버섯을 공급하고 있다. 인근 푸른들영농조합 생산자들과의 인연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자기 입으로 ‘공장’이라 표현했지만 그는 ‘공장장’이 아니었다. 버섯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꾸미고 온도와 습도 등을 수시로 챙기는 모습이 여느 한살림 생산자와 다르지 않았다. 갓이 우산 모양이고 조직이 치밀한 상등품만을 고른 뒤 일일이 손질해 소비자 조합원이 공급받은 상태 그대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 쓴다는 이순상 생산자. 우리 밥상을 일 년 내내 책임지는 그의 새송이버섯이 참 고맙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